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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60대 노부부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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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860회 작성일Date 17-12-0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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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갔습니다. 예배당 뒷산을 통해서 럭키아파트를 지나 대동천 옆길을 걸었습니다. 예배당 뒷산은 나무 가지의 잎새들이 다 떨어져서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었습니다. 인생을 계절에 비한다면 우리 부부의 계절이 아마 저 나무 가지쯤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젊은 날의 푸르름이 여름의 뜨거움 같이 지나가고 중년의 성숙함이 가을과 같이 깊어 졌다면 육십을 넘어선 지금은 과연 초겨울이라고 해야 맞을 것입니다. 여름과 가을을 함께 살아 온 아내가 그날따라 더욱 친구 같이 느껴졌습니다. 부부가 함께 살면 친구가 된다던 어른들의 이야기가 이제야 실감이 됩니다. 한참을 걸어 시티세븐을 지나 파티마병원까지 갔습니다. 거리로는 약 5Km 정도이고 만보계는 7000보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점심때가 되어서 홈플러스에 들어가 켄터키 치킨을 주문해서 먹었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 자주 먹던 켄터기 치킨을 참 오랜만에 먹었습니다. 그 때에는 외식이라고 해봐야 햄버거 아니면 닭고기였던 것을 회상하면서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서 시티세븐 앞에 왔을 때, 창원 투어 버스정류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디를 가나 보니까 창원 용지공원, 창원의 집, 마산 어시장, 창동, 마창대교, 진해 탑산, 진해루를 돌아오는 코스였습니다. 소요 시간은 두 시간 정도이고 요금은 일인당 5000 원이었습니다. 잘 아는 곳이지만 2층 버스를 타고 한 번 돌아보고 싶었지만 출발 시간이 맞지 않아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다시 걸어서 아파트촌을 따라서 교회로 돌아왔습니다. 먼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 온 듯 피곤했지만 뿌듯한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가수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라는 노래의 가사에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 마디 말이 없소’ 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 함께 걷고, 함께 먹고, 함께 이야기 하며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작은 일 같지만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가장 큰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 노부부들의 이야기가 더 아름다워지기를 소원합니다. 언젠가 미국 LA 한인 타운에서 노년층의 교민들이 갈 곳이 없어서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에서 커피 한 잔 주문해 놓고 오전 내내 앉아 있다가 종업원에게 쫓겨났다고 하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들었습니다. 그 먼 나라에서 젊음을 바쳐 일해 온 우리 교민들이 늙어서 갈 곳이 없어 저렇게 소외된 사람들이 되었다니 참 안타까웠습니다. 저녁 기도시간에 조용히 머리 숙이는데 갑자기 소외된 노인들이 떠올랐습니다. 미국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 홀로 노년을 지내는 외로운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늙어 갈수록 친구가 꼭 필요하다는데, 그런 분들을 위한 친구 같은 목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예수님이 그런 친구가 되어 주셨듯이 우리 서로가 함께 걷고, 함께 먹고,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성도들이 되어 준다면 이 세상은 그다지 외롭지는 않을 것입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다시 한 번 그렇게 걷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비슷한 나이끼리 함께 걷다가 투어 버스도 타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월요일은 투어 버스가 운행을 안 한다니 월요일은 피하고 말입니다. 인생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아직도 함께 가야 할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 입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