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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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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008회 작성일Date 18-06-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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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 올라가도 천지(天池)를 볼 수 있는 날은 일 년에 삼십일 정도라고 합니다. 천지 주변에는 항상 안개나 비가 있기 때문에 볼 기회가 그 만큼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백두산 비젼트립을 간 저와 교구장들은 날씨를 위해 함께 기도하며 천지를 볼 것을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백두산 정상을 향해 우리 일행은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12인승 작은 밴에 나누어 타고 해발 2700m의 고지까지 곡예 운전에 몸을 맡기고 올라갔습니다. 한국사람 보다는 중국인들이 훨씬 더 많이 몰려온 듯 백두산 정상을 뒤덮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보며 우리 산인데 하는 마음에 중국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산이 되었다는데 못내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우리 산을 중국에 돈을 내면서 본다는 점에 우리의 역사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백두산은 물론 만주 땅까지 우리 조상들은 우리에게 물려주었건만 땅도, 산도 다 빼앗기고 후대들은 선조들에게 부끄러울 뿐입니다. 드디어 백두산 정상에 서서 천지를 내려다보는데, 역시 그 날도 안개가 덮인 천지는 저기에 있겠거니 상상만 할 뿐, 실제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역시 백두산에 왔어도 천지를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포기하고 내려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교구장들이 ‘목사님, 우리 기도 했잖아요?’ 하며 날씨를 위해 기도했던 일을 상기 시켰습니다. 그 뿐 아니라 교회에서도 날씨를 위해 기도한다고 했고, 교구장 자매들의 남편까지도 날씨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때서야 기도 했다면 하나님께서 안개를 걷어 주실 것이다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구장들은 점심을 못 먹어도 안개가 걷히기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교구장들의 바람은 천지를 보겠다는 것보다 기도 응답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하산 시간을 늦추고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약 삼심 분 쯤 지났을 때, 갑자기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것입니다. 그러자 천지 앞에서 지켜보던 교구장 자매 한 분이 쫓아오면서 저기 천지가  보인다고 소리쳤습니다. 우리 일행은 다시 달려가서 안개가 걷힌 천지를 내려 보았습니다. 천지는 오랫동안 감추어져 있던 자신의 모습을 들어 내 보이듯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물은 사진에서 본 것 같이 파란색이 아니라 흰 색이었습니다. 아마도 아직 눈과 얼음이 섞여 있는 듯 했습니다. 크기는 한 눈에 들어 올 만큼 아담해 보였습니다. 웅장함 보다는 아름다운 호수는 우리 민족성과도 어울리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이 보다 더 마음을 뭉클하게 한 것은 천지 건너편으로 보이는 산등성들 이었습니다. 북한에 속한 백두산 이었습니다. 우리가 저 쪽에서 이쪽을 쳐다보아야 마땅할텐데 반대로 중국 쪽에서 북한 쪽을 쳐다 보는 현실이 그 자리에서 조용히 기도의 손을 모으게  했습니다. ‘주님, 하루 속히 북한을 통해 백두산에 올라 그 곳에서 중국 쪽의 산을 볼 수 있는 날을 주옵소서’ 천지를 보고 돌아오는 길은 일행 모두의 감사와 웃음의 하산 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기도는 기다림이라는 것을 배우는 귀한 기회였다는 교구장다운 신앙 고백들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기도는 기다림이며 기다림은 믿음입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