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교회

남산교회
로그인
생명의 말씀

목회단상

두고 갈 것, 가져 갈 것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089회 작성일Date 18-05-26 14:25

본문

한 달 간 병원에 입원해 계시던 장모님께서 퇴원하는 날이었습니다. 고관절 수술을 받으시고 누워서 한 달을 보내시니 그간의 고생이 심하셨으리라 생각 됩니다. 아내와 함께 병원 침상 곁에 있던 것들을 가져가려고 정리하는데 장모님과 아내 사이에 논쟁이 벌여 졌습니다. 아내는 웬만한 것들을 남을 주거나 버리고 가자고 하는데 장모님은 굳이 다 가지고 가야 한다고 우겼기 때문 입니다. 문병객들이 가져온 쥬스나 빵 등이 날짜가 지나 어떤 것들은 곰팡이가 생겼는데도 장모님은 괜찮다고 나중에 벗겨 내고 먹으면 된다고 하시며 가지고 가려하셨습니다. 입으시던 옷가지, 양말, 쓰시던 비누, 샴푸, 칫솔, 치약까지 모두 가지고 가시겠다는 장모님을 보며 갑자기 나도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날 때가 올 텐데 그 전에 두고 갈 것, 가져 갈 것을 잘 정리해 놓아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두고 갈 것과 가져 갈 것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지금 부터 4S를 잘 해야 합니다. 4S 는 일본말의 첫 자를 따서 만든 것인데 공장 근무시 자주 사용하던 말 입니다. 4S 는 정리, 정돈 청소, 청결의 네 단어를 요약해서 부르는 말입니다. 정리란 쓸 것과 못 쓸것을 구분하는 것이고, 정돈이란  구분한 그 것들을 나누어 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청소는 못 쓸 것들을 버리고 정돈은 쓸 것들만 쉽게 사용 할 수 있게 가지런히 배열하는 것입니다. 인생에도 이 4S 가 필요합니다. 먼저 두고 갈 것과 가져 갈 것을 구분하는 정리를 해야 합니다. 두고 갈 것 중 가장 큰 것은 내 몸입니다. 육체는 하나님 나라에 가져 갈 수 없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가면 손으로 짓지 아니한 새로운 몸이 있습니다.(고후 5:3) 또 재물을 두고 가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에는 물질세계에서 쓰던 재물은 들어 갈 수 없습니다. 옛 사람도 두고 가야 합니다. 하나님과 관계없이 내 마음과 육체가 원하는 대로 살 던 옛사람도 천국에 들어 갈 수 없습니다.(엡 2:3) 모두 다 버리고 가야 할 것 들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들을 가져 갈 것이라고 우기듯 아끼고 끌어안고 있을때가 많습니다. 마치 장모님이 병원을 떠나면서도 필요 없는 것들을 다 쓸어 담아 가져 가시겠다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대신 가져가야 할 것들, 믿음, 소망, 사랑, 약속의 말씀들, 신앙의 추억, 이런 것들은 마음에 간직 한 채 가져가야 합니다. 이제 남은 날이 지나 온 날 보다 확실히 더 짧아졌는데, 두고 갈 것과 가져 갈 것을 잘 정리, 정돈해서 버릴 것은 과감하게 청소하고 가져 갈 것 만 잘 준비해서 언제든지 가져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지혜 인 듯 싶습니다. 장모님의 고집대로 모든 것을 다 챙겨서 가방 속에 담아 요양 병원으로 옮겨 드렸습니다. 요양 병원에 가자마자 버릴 것이 많은데도 연세 드신 장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들이려고 짐을 들고 묵묵히 뒤를  따랐습니다. 그런 제 모습이 두고 가야 할 것을 알면서도 두고 가지 못하는 어리석은 제 마음 같았습니다. 팔십이 넘으신 장모님이 육십 넘은 사위에게 또 하나의 교훈을 주시는 날이었습니다. 두고 갈 것과 가져 갈 것을 잘 구분하며 살라고 말입니다. 장모님이 남은 날들을 4S 하시며 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나 또한 인생의  4S 를  잘해서 지혜로운 마무리를 하기 원합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