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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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053회 작성일Date 18-04-07 10:32본문
4월이 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습니다. 1979년 직장 따라 처음 진해에서 하숙 생활을 할 때, 퇴근 후 무심코 쳐다본 밤하늘이 폭죽으로 가득 찬 날이 있었습니다. 군항제 전야제 날이었습니다. 진해 군항제가 그렇게 유명해도 들어 본 적이 없던 저는 서울에서 본 적이 없는 지방 작은 도시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날 출근할 때만 해도 못 보았던 만발한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것을 저녁 퇴근 통근 버스 안에서 보았습니다. 장복산 구 도로 밖에 없던 시절, 갑자기 온 통 하늘이 하얗게 덮이는 듯한 벚꽃 터널을 지나면서 서울 떠나 오기를 잘 했네 할 만큼 감동적인 광경이었습니다. 그 날 저녁부터 벌어지는 벚 꽃장의 희한한 풍경은 제 발걸음을 붙잡기 충분 했습니다. 예전 경찰서 앞 팔각 도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시장은 전국 각 처에서 몰려온 장사꾼들로 가히 축제라 할 만큼 흥겨웠습니다. 연극에서 보았던 각설이 품바가 거기에 실제로 있었고, 어린아이에게 회충약을 먹여 놓고 몸을 흔들면 회충이 배 속에서 죽는다고 춤을 을 추게 하는 쉰 목소리의 아주머니는 철 지난 산토닌을 먹였던 것 같습니다. 돼지 한 마리를 통 채로 굽는 바베큐도 있었고, 장총으로 쏴 맞히는 담배 따먹기도 있었습니다. 삐에로 복장을 한 솜 사탕 아저씨도 기억이 나고 가수를 꿈꾸다가 스타가 되지 못하고 벚 꽃장에서 목포의 눈물을 구성지게 부르는 지방 무대의 여자 가수도 있었습니다. 저 만큼 잘 부르면 히트할 만도 했을 턴데 가수란 노래만 잘 해서 되는 것이 아닌 모양 입니다. 저의 하숙집이 바로 벚 꽃장 앞에 있었기 때문에 매일 퇴근길이 벚 꽃장 구경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방이 아니라 마치 해외에 나온 듯 온 새로운 분위기를 흠뻑 맛 보았던 사십 년 전 4월의 추억입니다. 그 추억의 4월이 그 다음 해에는 저도 한 몫 끼어 군항제에서 열리는 연극의 주인공이 되어 공연하게 되었습니다. 제목도 거창한 ‘대왕은 죽기를 거부했다’ 라는 故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공연이 금지 되었던 작품인데, 박 대통령 서거 이후 무대에 올려 졌습니다. 암울하던 시대를 풍자한 극인데, 그 연극을 하면서 제 아내를 만난 것은 4월에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추억입니다. 연극 후 혼자 구경 하던 벚 꽃장을 미스 김과 함께 구경하며 솜사탕도 사 먹고 팝콘, 구운 옥수수, 뻥튀기, 이런 것들을 군것질하며 벚 꽃 핀 팔각 도로를 많이도 걸어 다녔습니다. 공장장이 되겠다는 신입 사원 미스터 강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스 김은 벌써 공장장 사모님이나 된 듯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렇게 벚 꽃 나무 아래서 데이트 하던 추억도 벌써 사십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추억의 거리를 아내와 함께 다시 한 번 걸었습니다. 벚꽃은 여전히 눈과 같이 아내의 머리위에 떨어져 앉았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의 각설이 아저씨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삐에로의 솜사탕도, 지방 무대 가수도 없었습니다. 벚 꽃장도 세월이 흐른 만큼 변 한 것일까? 대신 여좌천의 로망스 다리가 관광객들의 명소가 되어 있었습니다. 로망스라고 하는 TV드라마에서 그 장소가 무대가 되었다고 해서 그 후 인기 코스가 되었습니다. 더욱이 개천을 따라 만들어 놓은 여러 가지 동물들이 형형색색의 빛으로 치장 되어 있었습니다. 풋풋했던 정취 보다는 업데이트 된 전자 시스템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흑백 다방에서 마시던 다방 커피는 사라지고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가 대신 하고 있듯이 말입니다.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든 시간이 우리 앞에 여전히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청년의 까만 머리는 노년의 흰 머리가 되고 그 옆에 따라 걷던 여자가 초로의 여인이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세월 만큼 큰 스승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세월 속에 하나님이 계셔서 그런가 봅니다. 거스릴 수 없는 시간 앞에서 사람은 겸허해 집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시간 속에 묶어 두셨나 봅니다. 그 시간을 다스리시는 하나님께 나머지 인생을 맡길 뿐입니다. 세월은 지나도 벚꽃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나팔수 강 승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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