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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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973회 작성일Date 18-09-15 10:37본문
미국에서는 아침 식사로 도너츠와 커피, 혹은 계란과 소시지, 그리고 커피로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의 기호에 맞추어서 나온 것이 맥도널드의 아침 식사 (breakfast)입니다. 영어로 아침 식사라는 말 속에 이미 잠깐 (break)와 빠르게(fast) 라는 뜻이 들어 있으니 그 나라 풍습은 우리의 거창한 아침과는 일찍부터 달랐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아침 식사를 중요하게 여겨서 아침은 왕같이, 점심은 신하같이, 저녁은 거지같이 라는 말이 생겨 날 정도로 아침 식사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건강학 적으로 볼 때 아침을 잘 먹고 저녁을 적게 먹는 것이 좋다고 하니 우리 선조들의 지혜는 가히 존경할 만합니다. 그러나 저도 미국 생활을 꽤 하다 보니 가끔씩 미국식 아침 식사를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 아내와 함께 45분을 걸어서 아침에 문을 여는 맥도널드 가게를 찾았습니다.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맥도널드 안은 미국의 여느 가게와 비슷한 분위를 자아냈습니다. 모자를 쓴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있었고 주방 에서는 그윽한 커피 향이 풍겨져 나왔습니다. 테이블에는 젊은이들이 몇 명 앉아서 햄버거를 먹고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그 젊은이들이 볼 때에는 웬 노인네 들이 맥도널드에 다 들어오나 하는 듯이 보겠지만 나는 ‘미국에서는 우리 보다 더 나이든 노인들이 와서 오전 내내 죽 치고들 계시네’ 하고 속으로 말 해 주었습니다. 아침 식사로 계란 소세지와 계란 베이컨, 그리고 커피를 시켰습니다. 오랜만에 맥도널드에서 아침 식사를 하니 미국에서 지냈던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다섯 시간이나 운전해서 가야했던 텍사스의 미들랜드 교회를 섬길 때 주일 아침 새벽기도를 마치고 성도들과 함께 가서 아침 식사를 하던 곳이 맥도널드 였습니다. 주말 마다 가는 곳이어서 지난 한 주간 밀렸던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면서 이민 생활의 애환들을 쏟아 놓았던 그 곳의 한국 노인들이 생각났습니다. 미국에 오신지 삼십년이 되었어도 여전히 영어 한 마디 못하면서 말없이 할 수 있는 극장 청소, 옷 가게, 가발 가게, 음식점, 용접 등 궂은일을 하면서 살아오신 분 들 입니다. 그래도 자녀들만은 공부 시켜서 미국 사회에 진입 시키려고 애 써 왔는데, 막상 성공한 아들, 딸들이 데리고 온 배우자는 미국 며느리, 미국 사위들 이었습니다. 그러니 고부간에 대화가 통하지 않고 잘 키운 자식들만 미국 사람 집에 빼앗기고 말았다는 한국 교민들의 허탈한 웃음이 지금도 들리는 듯 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지난 추억들을 이야기 하면서 우리도 그 분들 같이 지난 이야기들을 하는 것을 보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네 하면서 우리 역시 허탈하게 웃었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우리에게 말하기를, ‘우리의 년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일지라도 그 년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 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시편 90:10) 수고와 슬픔 뿐인 인생이 그것도 날아가듯이 빨리 지나가니 오늘 아내와 함께하는 이 아침의 작은 식사가 큰 행복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감사했습니다. 정말로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혹시 이런 아침의 행복을 함께 하실 분들 계시면 새벽기도 마치고 같이 걸어서 맥도널드 아침식사 하러 가시지 않을런지요?
나팔수 강 승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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