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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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065회 작성일Date 18-08-18 10:40본문
룻기 설교를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십 년 전 룻기를 설교할 때와 십 년 후 룻기를 설교하는 데에는 많은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그것은 말씀은 변함이 없지만 그 말씀을 묵상하고 설교하는 제가 변해서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변하다 보니 십 년 전에는 보이지 않던 말씀이 크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비움(empty)’이라는 단어였습니다(룻1:21). 나오미가 풍족한 데서 나갔다가 비어 돌아오게 되었다는 그 ‘비움’의 고백이 바로 저의 인생을 말하는 듯 싶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모든 것이 풍족합니다. 건강도 풍족하고 꿈도 풍족합니다. 욕망도 풍족하고 인생의 계획도 풍족합니다. 사랑도, 기쁨도, 기대감도 모두 풍족합니다. 믿음도 풍족한 것 같아서 모든 것을 믿음으로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풍족은 서서히 비워지기 시작함을 느낍니다. 건강도 비워졌습니다. 요즈음은 조금만 식사를 해도 배가 불러 옵니다. 위의 풍족도 비워지는가 봅니다. 잠도 풍족하게 깊이 잠들 수가 없습니다. 자다가 깨고 뒤척이곤 합니다. 수면도 점점 비워지는 모양입니다. 가장 크게 배워지는 것은 욕심입니다. 욕심이 비워지니 꿈도 사라지고 계획도 사라집니다. 사랑도 비워지고 기쁨도 비워집니다. 그래서 서서히 사랑이 고통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기쁨이 호젓한 미소로 바뀌어 집니다. 시간은 우리의 모든 것을 비워갑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사용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그래서 나오미는 ‘여호와께서 나를 비워 돌아오게 하셨다’고 비움의 주체가 하나님이심을 고백합니다. 하나님께서 나오미의 일생을 비우게 하시는 것은 비워진 자리를 하나님께서 다시 채우시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룻기는 비움에서 시작하여 채움으로 마칩니다. 우리 인생도 나오미와 같습니다. 하나님을 알면 알수록 그분이 우리의 것들을 비우신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나오미(기쁨)가 아니라 마라(쓰다, 괴롭다)가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비우신 그 빈자리들을 다시 채우시는 분이 하나님이라는 것을 믿는 것이 믿음입니다. 나의 것을 비워 버리시고 하나님의 것으로 채우시는 것이 ‘비움의 미학’입니다.
그런 점에서 성경은 계속 비움과 채움을 가르치는 듯합니다. 빈들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로 이스라엘 백성들의 배고픔을 채우는 하나님(민11장), 빈들에서 오천 명을 먹이시는 채움의 예수님(요6장), 빈 그릇에 기름을 채우시는 하나님(왕하4장), 그리고 공허한 땅을 창조물로 채우시는 하나님(창1:2), 모두 다 비움에서 시작하여 하나님의 채우심을 증거하는 말씀들입니다. 따라서 신앙이란 비움에서 채움으로 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신앙으로 사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비워진 인생을 하나님께서 채우시는 기대로 살아 갑니다. 어느 가수가 그런 노래를 했습니다.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입니다’라고. 그러나 저는 이렇게 노래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비워가는 것입니다. 그 비움을 하나님께서 채워주실 것입니다’라고 말입니다. 우리의 늙음이 비워지는 인생을 하나님께서 채우시는 시간이 될 것을 기대합니다.
나팔수 강 승 구
그런 점에서 성경은 계속 비움과 채움을 가르치는 듯합니다. 빈들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로 이스라엘 백성들의 배고픔을 채우는 하나님(민11장), 빈들에서 오천 명을 먹이시는 채움의 예수님(요6장), 빈 그릇에 기름을 채우시는 하나님(왕하4장), 그리고 공허한 땅을 창조물로 채우시는 하나님(창1:2), 모두 다 비움에서 시작하여 하나님의 채우심을 증거하는 말씀들입니다. 따라서 신앙이란 비움에서 채움으로 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신앙으로 사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비워진 인생을 하나님께서 채우시는 기대로 살아 갑니다. 어느 가수가 그런 노래를 했습니다.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입니다’라고. 그러나 저는 이렇게 노래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비워가는 것입니다. 그 비움을 하나님께서 채워주실 것입니다’라고 말입니다. 우리의 늙음이 비워지는 인생을 하나님께서 채우시는 시간이 될 것을 기대합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