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못하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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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091회 작성일Date 18-07-13 17:37본문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돌 솥밥 식당을 들어갔는데 저녁 시간인데도 한산했습니다. 우리 부부와 여자 손님 서너 분이 한 팀으로 있을 뿐 이었습니다. 식사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저 쪽 식탁에서 하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하도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자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나이는 제 나이 보다 약간 위인 것 같았는데,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남편 흉을 보는 것입니다. ‘우리 영감은 밥도 못 해 먹는다’ 하고 말하자 다른 분이 맞장구치기를 ‘우리 영감은 아파 누워 있으면서도 밥 달라고 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모두들 동감한다는 듯 박수를 치며 크게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한 참 남편들 흉을 보더니 화제가 손자로 넘어갔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흉보던 분위기가 손자 자랑으로 뒤 바꿨습니다. 어떤 분은 자기 친 손자는 그냥 할머니가 아니라 친할머니라고 부른다고 하며 친 손자가 있음을 과시했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분이 자기는 손자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고 했습니다. 남편과 아내로 부부되어 살아온 수 십 년 동안 남편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된 일을 묵묵히 해왔을 것입니다.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단순히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느끼게 되는 자존심 상하는 모멸감까지도 참아내며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남편들은 노래 가사와 같이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 하는 심정으로 같이 늙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들이 밖에 나가서 그런 남편들을 밥 못 한다고 흉보고, 아파도 밥을 찾는다고 비웃는 소리를 듣고 보니 저를 비롯한 이 땅의 모든 남편들이 너무 안쓰럽게 생각되었습니다. 가장으로 가정을 지키면서 자식들 공부 시키고 결혼 시켜 내 놓았는데 그 남편의 고마움은 쉽게 잊어버리고 손자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고 하니 그 마음이 남편에게 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되묻고 싶었습니다.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혹시 내 아내가 들으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까지 생겼습니다. 저는 밥 못 하는 남편이고 아내보다 자주 아파서 병원 신세를 지는 남편이기 때문입니다. 제 아내도 저런 소리를 듣고 나가서 남 앞에서 내 흉을 보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그런 소리에는 아랑곳없다는 듯이 저를 위해 돌솥에서 밥을 퍼내고 숭늉을 솥에 부어 주었습니다. 갑자기 아내의 그 손길이 가슴 저리도록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아내의 손길 없이는 제대로 살 수도 없는 남편을 만나 사십 년이 다 되도록 함께 있어준 아내가 새삼 고마웠습니다. 식당에서 만난 그 분들도 말은 저렇게 해도 집에서는 남편을 잘 모시는 보통 부인들이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다른 사람 앞에서 남편 흉을 보는 것은 참 좋지 않구나 하는 마음 이었습니다. 밥 못하는 남편이라서 내가 밥해서 함께 먹는다고 하는 아내, 아파서 누워 있는 남편이기 때문에 얼른 들어가서 간호해야 한다고 먼저 일어서는 아내, 성경은 그런 여자를 현숙한 여자라고 했습니다. (잠 31:10) 그런 아내는 진주 보다 값지다고 했습니다. 그런 아내는 남편에게 선을 행하고 악을 행치 않습니다. (12절) 아내들이 이런 현숙한 여인이 되는 길은 성경에서 아내의 할 일을 배울 때입니다. 남편 흉을 보는 이유는 그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오로지 성경을 읽지 않아서 입니다. 성경은 존경받는 아내를 만드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식당에서 본 그 여자 분들도 성경을 읽고 남편 흉 보는 대신 남편 생각만 해도 기쁜 노년을 지내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