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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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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140회 작성일Date 18-07-0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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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분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팔십 오세의 연세로 세상을 떠나신 고인은 일정시대, 6.25 전쟁, 산업화, 민주화의 모든 역경들을 온 몸으로 겪으며 살아오신 분이십니다. 그 가운데서 가정을 이끌고 자식들을 양육하며 살아 온 인생은 과연 인생 승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분의 마지막 장례를 치루면서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은 남은 자의 할 일은 먼저 가신 분들의 장례를 치러 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죽은 사람은 자신의 장례를 치룰 수가 없습니다. 죽은 사람은 모든 것을 산 자들에게 남겨 놓고 떠날 뿐 입니다. 마치 갑자기 이사 가게 된 사람이 짐을 꾸릴 겨를도 없이 집을 나간 후 남아 있는 이웃들이 빈 집의 짐들을 정리 해 주는 것 같이 죽음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오는 것이고, 죽은 사람은 남은 자들에게 짐 정리를 부탁하고 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장례식에서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을 인용했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 하리라’ (귀천 3 연에서)
시인이 살아 온 날들은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일정시대에 태어나서 일제 강점기를 살아야 했습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동베를린 간첩 사건에 연류 되어 억울하게 고문과 감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생하며 살다가 육십을 갓 넘긴 나이에 사망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세상을 살아 왔으면서도 그는 아름다운 이 세상이라고 마지막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장례식에서 이 시를 인용하며 고인의 인생 역시 쉽지만은 않았을텐데 이 세상 떠나가면서 그래도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가시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남은 자들에게 이 세상 아름다우니 아름답게 살다 오라고 유언을 남기는 것 같았습니다. 따라서 남은 우리들은 먼저 가신 분들이 말 대로 이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하고 아름답게 보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것이 옳습니다. 천상병 시인과 같이, 그리고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나신 고인과 같이, 일정시대와 전쟁과 산업화와 민주화를 지나는 우리 역사의 모든 아픔을 온 몸으로 겪으면서도 이 세상은 아름다웠다고 말하듯이, 지금 우리가 겪으며 사는 이 세상 역시 지내놓고 보면 아름다웠다고 말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신 후 보기에 좋았더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창 1:4, 10, 12, 18, 21, 25, 31) 그러나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며 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것은 세상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아름답지 않아서 일 것입니다.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지으신 본래의 아름다움을 되찾아 주는 것이 구원 입니다. 따라서 가장 아름다운 장례식은 구원받은 성도의 장례식 입니다. 나도 언젠가 아름다운 세상이었다고  말하고 하나님께로 돌아 갈 것입니다. 그때까지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