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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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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125회 작성일Date 18-06-3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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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을 마치고 나면 시장기를 느낍니다. 아직 저녁 식사 시간은 안 됐지만 대개는 점심 식사를 거르고 투석을 받기 때문에 배가 고프게 됩니다. 며 칠 전 투석을 하고 병원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교회로 돌아 왔습니다. 아내가 일이 있어서 저 혼자 오는 길이었습니다. 갑자기 배고픔이 느껴져서 교회 근처 국밥 집 앞에서 택시를 내렸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국밥을 먹으려는데, 택시비를 주고 남은 돈이 육천 원 뿐이었습니다. 그날따라 지갑을 가지고 가지 않아서 이 돈으로 국밥을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제 손은 이미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카운터를 지키던 주인은 보이지 않고 홀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에게 국밥의 가격을 물었습니다. 한 그릇에 팔천 원 이었습니다. 이천 원이 부족한데 그냥 나가야 하나 아니면 염치불구 하고 외상을 하자고 할까 망설이다가 내일 나머지를 갖다 줄 테니 육천 원에 국밥을 한 그릇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제 모습이 떼어 먹을 사람 같지는 않았는지 일하시는 아주머니는 흔쾌히 그러라고 하며 국 밥 한 상을 차려 주었습니다. 음식을 놓고 식사 기도를 드리는데, ‘오늘 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하는 주기도문의 한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우리 교회에 찾아오는 노숙자의 마음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교회, 혹은 또 다른 교회나 무료 급식소를 찾는 노숙자들에게 한 그릇의 국과 밥은 하나님이 주시는 일용할 양식임이 분명할 것입니다.  지금도 기근을 피해 이웃 나라로 피난 가는 난민들이 세계 곳곳에는 너무나 많습니다. 국경 지역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감시 아래에서 국제기구가 가져다주는 식량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 들이야 말로 끼니 때 마다 일용할 양식을 위해 기도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도 참 살기 어려운 때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옥수수 빵을 배급해 주었고 아이들 성장을 위해서 집에서 못 먹는 우유를 마시게 하곤 했습니다. 점심 도시락을 못 싸가지고 오는 친구들도 있어서 함께 나누어 먹곤 했습니다. 우리도 모두 일용할 양식을 위해 간구해야 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제 부터인가 먹을 것이 너무 많아 무엇을 먹을까 메뉴를 놓고 고민 하게 되었습니다. 많이 먹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음식 남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시대를 살게 되었습니다. 풍요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반면에 감사가 없어져 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국밥을 먹으면서 한 순간이지만 노숙자의 마음이 이런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찔금 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교회에서 노숙자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사역인가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보았습니다.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는 것이 나에게 하는 것이라 말씀 하셨습니다 (마 25: 40).  예수님의 마음을 알면 내가 그 지극히 작은 자가 되어 보아야 할 것 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결코 경험해 볼 수 없는 지극히 작은 자의 마음을 한 그릇의 외상 국밥 앞에서 느껴 보았습니다. 어쩌면 예수님은 노숙자의 한 사람이 되어 우리 교회를 찾아오지 않을까 연상해 봅니다. 그 때 한 끼의 식사를 위해 찾아오는 그 분께 따뜻하게 대합시다. 돈이 부족한데도 흔쾌히 드시고 가라고 하시던 그 국밥 집 아주머니 같이 말 입니다. 풍요의 세상 속에서 지극히 작은 자의 마음을 잊지 않고 사는 것이 천국을 사는 지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날 국밥 맛은 오래 잊지 못 할 것 같습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