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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때 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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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972회 작성일Date 18-11-1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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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밖에서 집으로 들어가면 아내 보다 먼저 저를 맞아주는 녀석이 있습니다. 우리 집에 온 지 십 년이 넘는 강아지입니다. 제가 오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현관 문 앞에 나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집에 들어가면 아내 보다 먼저 강아지를 부릅니다. 동물도 정이 드니까 한 가족과 같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강아지가 아내와 같이 딸의 집에 갔습니다. 그 다음 날 주일이 되어 예배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데 강아지가 마중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마음이 허전해지며 갑자기 쓸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내가 없을 때에도 강아지가 있으면 그런 심정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강아지가 없으니 혼자라는 것이 더욱 실감 되었습니다. 혼자 강아지 이름을 불러 보아도 강아지는 꼬리를 치며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녀석이 먹던 밥그릇과 물그릇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든 자리는 안보여도 난 자리는 보인다는 옛 말이 실감  났습니다. 있을 때는 무심코 지내는데, 없으니까 그 빈자리가 크게 보입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그런 것 같습니다. 항상 쓰던 안경이 깨지거나 못 찾아서 당황할 때, 안경이 얼마나 고마운 물건이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핸드폰이 고장 나거나 이상이 생겨서 사용이 안 될 때, 핸드폰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지 할 정도로 불편합니다. 허리가 아파서 옷을 마음대로 못 입을 때는 옷을 아무데나 벗어던지던 때가 얼마나 감사 한 때 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팔이 아파 머리 감기도 힘들 때 아! 팔을 마음대로 올릴 수 만 있다면 샤워를 시원하게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것들이 모두 있을 때는 몰랐다가 없어지니 아쉽고 고마운 것들 입니다. 강아지 한 마리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를 이렇게 크게 느끼는데, 만약 아내가 없다면,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상상입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그런 말을 했나 봅니다. ‘있을 때 잘 해라’ 남편이나 아내나 함께 살아주는 것 이상 더 바랄 것이 무엇인가 싶습니다. 자식들도 다 떠나가고 손자들도 키워주면 다 크고 나서 자기 혼자 큰 것 같이 할머니께 감사하는 녀석 하나 없는데, 남는 것은 역시 부부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있을 때 잘 해야 하는 것이 부부 입니다. 있을 때는 있는 둥 마는 둥 하지만, 그래도 있어서 그런 것이지, 없다면 있을때 잘 할 껄 하고 많이 후회스러울 것입니다. 지금 까지 함께 살아 준 것에 감사하며 이 가을에는 부부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싶습니다. 함께 걷고, 함께 먹고, 함께 이야기하며 단풍 물 든 길을 여행하면 좋을 듯 싶습니다. 그러다가 이 단풍이 지면 낙엽이 되겠지 하는 자연의 섭리를 생각하며 우리 인생도 언젠가는 그렇게 가겠구나 하는 것을 생각하는 지혜의 여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돌아 오늘 길에는 있을 때 잘 해 하시던 어른들의 충고가 더욱 마음에 새겨 질 것 입니다. 형제님들, 오늘 아내가 있을 때 잘 하시기를.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