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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조금 일찍 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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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926회 작성일Date 18-11-0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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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십 오륙 년 전, 미국 시애틀에 있을 때, 함께 교회를 개척하던 부부가 있었습니다. 사십대 초반의 젊은 부부인데 옷 가게를 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교민 성도였습니다. 교회의 재정을 맡길 만큼 신실한 부부였습니다. 자매는 주일에도 가게에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자매를 위해 1부 예배를 만들어서 아침 일찍 예배를 드리고 일하러 나가도록 했습니다. 그 자매는 피곤한 중에도 항상 1부 아침예배를 드리고 가게로 나가는 최선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그마한 개척 교회에서 그 부부의 섬김은 교회 전체 분위기에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신앙생활 하다가 저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 부부는 계속 교회를 지키며 살아 왔습니다. 그러던 약 이 년 전, 미국에서 갑작스러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부부가 탄 차가 신호등을 기다리는 중, 추돌 사고가 나서 그만 부인은 죽고 남편은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소식은 들었지만 미국까지 가서 문병하기가 쉽지 않아 그저 하나님께 긍휼을 구하는 기도만 드릴 뿐이었습니다. 그 후 시간이 지나고 그 형제로부터 안부 연락이 왔습니다. 지난 이 년 간 꿈속을 지나는 것 같았다는 내용과 함께 아내의 죽음에 대한 짧은 한 마디를 적었습니다. ‘조금 일찍 갔을 뿐이다’ 형제는 하나님께 수 없이 물었던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질문에 하나님의 대답이었다고 담담히 적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오십 초반 쯤 되었을 텐데 조금 일찍 갔을 뿐이다. 라고 아내의 죽음을 담담히 정리하는 형제의 한 줄 고백에서 참으로 믿음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대답이므로 더 이상 덧붙일 것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 형제의 자세야 말로 믿음으로 사는 본보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왜 아내를 먼저 데리고 갔는지? 무슨 큰 죄를 저질러서 이런 아픔을 겪는지? 그 사고 현장에서 하나님은 왜 아내를 보호 해주지 않았는지? 그런 갑작스러운 사고 앞에서 누구나 그런 질문들을 쏟아 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형제는 아내의 죽음 이 후 의식 불명으로 입원해 있으므로 그런 질문을 할 시간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의식이 돌아 온 후 그의 질문에 대해 하나님은 그렇게 답해주셨습니다. ‘조금 일찍 갔을 뿐이다’ 그리고 형제는 그 대답을 받아 드렸습니다. 하나님의 대답을 받아 드렸을 때, 그는 저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도록 까지 평정을 되찾았습니다. 믿음이란 그런 것입니다. 내 생각과 다른 하나님의 대답일지라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씀으로 받아 드리는 것이 믿음 입니다. 그리고 그 대답으로 지금의 여러 가지 상황과 문제들을 인정하고 사는 것입니다. 신앙이란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형제가 받은 한 마디, 조금 일찍 갔을 뿐이다. 라는 대답이 우리의 죽음을 해석 하는 지혜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도 모두 가야 하는 길, 우리 지체들이 조금 먼저 갔을 뿐 이라고 저 또한 하나님의 대답으로 위로 받습니다. 이 한 마디가 가족을 먼저 보낸 모두에게 위로의 대답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