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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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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415회 작성일Date 11-03-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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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상념
  아내와 함께 시장엘 갔습니다. 아내는 장을 보고 저는 장 보는 아내를 보았습니다. 아내는 물건을 고르며 이것과 저것의 값을 비교하고 또 양도 비교했습니다. 그래도 결정 하지 못 했는지 한참을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보통 때 같으면 아무것이나 빨리 사지 뭘 그러냐고 독촉을 했을 텐데, 그날따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장바구니 물가가 생각났습니다. 요즘 장바구니 물가가 너무 올랐다고 가정주부들의 걱정하는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아내의 모습에서 그렇게 걱정할 우리 자매님들의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갑자기 코끝이 찡해왔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물가가 오른 것을 실감하면서 제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이었습니다. 경제지표는 좋아졌다 해도 살림의 체감 온도는 점점 더 떨어지는 이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 자매님들의 가냘픈 뒷모습을 매장 앞에서 망설이는 아내의 등 뒤에서 보았기 때문입니다. 산다는 것, 아니 살아내야 한다는 것, 이 삶의 현장에서 목사는 어떻게 설교해야 되는 것인가 생각했습니다.
예수 믿으면 걱정 없이 잘 살 수 있다고 해야 용기를 주는 설교 인지?  하나님께서 복을 주실 것이니 사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뭐든지 다 골라서 장바구니에 가득 채우라고 해야 좋은 설교인지? 목사로써의 직업 근성인가, 시장에서 장바구니와 설교의 관계를 묵상했습니다.
  우리 자매님들의 허전한 장바구니를 보시고 예수님은 무엇이라 하실까 물었습니다. 예수님을 믿으니 세상살이 걱정 없게 해 주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항의도 했습니다. 식품 하나도 마음껏 살 수 없는 우리 자매들의 딱한 사정을 돌보아 주셔야 하지 않느냐고 푸념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매님들을 생각하니 자꾸 눈물이 제 눈을 적셨습니다. 그 눈물 속에서 자매님들의 등 뒤에 서계시는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시장 사람들 중에 가장 가난하고 가장 채울 것이 없는 빈손의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가진 것 모두를 우리를 위해 주시고 정작 그분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아내는 저에게 장바구니를 넘겨주었습니다. 예수님의 빈손에 비하니, 제가 든 장바구니는 무거웠습니다. 어느 수필가의 글귀가 한 줄 기억되었습니다. ‘예수님만큼만 검소하게 산다면 부러울 것이 무엇인가?’ 그래서 주님은 일용할 양식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신 것 같습니다.
  자매님들, 이 기도가 여러분의 허전한 장바구니를 가득 채울 것입니다. 
                                      나팔수 강 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