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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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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984회 작성일Date 19-02-0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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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눈이 내리는 날 아침 이었습니다. 하얀 눈을 바라보며 하나님께서 지으신 세상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있을 때, 한 통의 부고 문자를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보낸 문자인데 대개는 부모상을 알리는 부고입니다 만은, 그 날 아침의 부고는 동창생의 사망 부고 이었습니다. 학창시절 배구 선수여서 몸도 튼튼하고 성격도 활달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사이였습니다. 더욱이 그 친구는 저하고도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기 대문에 어떻게 갑자기 죽게 되었는가 해서 직접 전화를 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야기 인즉, 이혼 한 후 혼자 외롭게 지내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오십년이 다 되어 가는 지난 시간 동안 같은 동창생 친구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 왔을 것입니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잘 살아 온 친구도 있고, 사업을 하다가 실패해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친구도 있습니다. 해외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친구, 정치판에 끼어들어 가끔 TV 뉴스에 나오는 친구, 유명 정신과 의사가 되어서 주부들 토크 쇼에 인기 강사로 나오는 친구, 나이 들어서도 젊은이들의 클럽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 친구까지 다양한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저도 그 친구들 중의 하나로 직장 따라 서울을 떠나 내려온 창원에서 사십년을 지내며 회사원에서 목회자로 인생을 급회전하여 살아 왔습니다. 그러나 어떤 길을 걸어 왔던 지금까지 살아있음에 성공과 실패를 이야기 하고 행복과 불행을 되돌아 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거쳐 이제 노년을 시작하는 인생의 황혼기에 그만 스스로 죽어 버렸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 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먼 여행길이 이제 끝나 가는데 마지막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는 것은 마치 영화의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남겨 놓고 영화관을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가만있어도 나이 들어 죽을 것인데 왜 그렇게 스스로 죽음을 앞당겼는지 그 친구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혼과 사업실패 등 그 친구의 사정을 생각하면 오죽했으면 그렇게 했을까 하고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젊은 날 같으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같이 자살도 아름답게 비칠수 있겠지만 나이 들어 하는 자살은 무엇이라 해야 할지 떠나는 친구에게 해줄 말을 못 찾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든 맥아더 장군의 마지막 고별인사가 떠올랐습니다. ‘노병(老兵) 은 죽지 않고 서서히 사라질 뿐이다(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 눈이 많이 내려 들과 산을 하아얗게 덮었습니다. 그 눈길을 따라 친구는 떠났습니다. 그가 살아왔을 아픔과 고통의 시간들도 눈에 덮이듯 사라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눈이 녹으면 들판의 흙이 다시 드러나듯, 죽음 후에 하나님 앞에 설 때 우리의 아픔과 고통은 다시 드러날 것 입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시대의 시작이기 때문 입니다. 죽음으로도 덮을 수 없는 인생의 고난들을 덮을 수 있는 것은 그리스도의 보혈뿐임을 그 친구에게 알려주지 못 한 것이 못내 안타까웠습니다. 하나님의 은총이 그의 가는 길에 덮이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나팔수  강 승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