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난체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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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921회 작성일Date 19-02-02 11:10본문
며칠 전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 때의 자세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다 보니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았는지, 의자에 한참 앉아 있다 일어서는데 다리가 저리면서 힘이 없었습니다. 겨우 한 발을 내 딛고 또 다시 다른 발을 내딛는데 그만 발이 젖혀지면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조금 지난 후에 다리에 피가 통하면서 저렸던 다리는 정상 감각으로 돌아 왔는데, 젖혀진 발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발에 금이 갔거나 이상이 생겼나 해서 그 날은 걷기를 조심하며 집에서 쉬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매일은 못 해도 한 주에 몇 번이라도 만보(萬步)씩 걸으려고 했는데, 발이 아프니 만보 걷기를 중단해야 했습니다. 하루 종일 제대로 걷지 못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발이 조금만 아파도 걷기가 불편한데 마음대로 걸을 수 있는 것이 참! 감사하구나 하는 감사의 생각에서부터 발이 잘못 되어 걷지를 못 하니 참 답답하구나 하는 불평과 내가 왜 다리를 꼬고 앉아서 이렇게 발을 다치게 했나 하는 자신에 대한 원망까지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가 만보씩 걷는 것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 했는데 혹시 그것을 너무 잘난 체 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경고이신가 하는 생각이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에 ‘잘난 체 하지마’ 하는 작은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성령님은 항상 조용히 그리고 작은 소리로 저의 마음에 음성을 들려 주시는데, 이번에도 그 음성이셨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아직은 건강하다고 자랑 하듯 하루에 만 보씩 걷는다고 큰 소리 치던 저에게 그것이 내 건강이 아닌 하나님이 지켜 주시는 은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우쳐 주셨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걷고 싶어도 걷지 못 하는 분들도 많고 뛰고 싶어도 뛰지 못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 앞에서 나는 만 보씩 걷는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은 잘난 체 하는 어리석음 일 것입니다.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분들 앞에서 나는 이렇게 잘 먹는다고 식욕을 자랑하고 불면증으로 주무시지 못 하는 분들 앞에서 나는 누우면 잔다고 단잠을 자랑하는 것은 아직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철없는 어린아이 모습입니다. 신앙이란 내가 하나님의 복을 받고 이렇게 잘 산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고 괴로운 분들에게 나도 이렇게 아프고 고통스럽다는 것으로 그 분들을 위로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리라 여겨집니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즐거워 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고 말합니다(롬 12: 15). 신앙이란 나의 축복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남의 축복을 함께 축복하고 다른 사람의 슬픔을 함께 슬퍼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능력이나 통찰력을 자랑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 능력과 통찰력으로 다른 사람을 돕고 이끌어 주셨습니다. 가히 하나님의 인간관을 보여 주시는 모습입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 하시려고 세상을 창조하시지 않고 오로지 사람을 사랑하셔서 세상을 지으셨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다 지으시고 마지막에 사람을 창조하셨습니다. 그것은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하시는 하나님의 배려입니다. 따라서 신앙이란 나로부터 다른 사람에게로 그 관점이 옮겨 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예수님이 보여주신 하나님의 마음이고 우리가 닮아가야 하는 하나님의 형상입니다. 발을 다쳐서 잘 걷지 못하게 되자 아파서 마음대로 걷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난은 다른 사람의 고난을 생각하게 하는 성숙의 필수 과정인가 봅니다.
나팔수 강 승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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