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음이 고통이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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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937회 작성일Date 18-12-29 14:11본문
금 년 한 해 동안 제 팔에는 주사 바늘이 이백 번 꽂혔습니다. 일 회에 동맥 한 번, 정맥 한 번, 그렇게 두 번씩 일주일에 2회, 주사를 맞습니다. 일 년 내내 주사를 맞고 나니 총 이 백번이 되었습니다. 매 번 같은 주사를 맞지만 그때마다 아픈 것은 똑 같습니다. 주사를 많이 맞는다고 덜 아플 리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아픔을 느낄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살아있음에 고통도 있다’ 누가 말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느 책에선가 본 듯 한 말입니다. 살아 있음에 고통이 있지, 죽으면 고통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몸에 고통을 느끼는 것은 곧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니 그것도 감사할 일이지 않은가 하는 뜻으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말에 조금 더 덧 붙여서 오히려 살아 있음에 고통 이러라 하고 고통을 찬양까지 하고 싶어졌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주사를 맞아도 아픔을 느낄 수 없는 신경이 죽어 버린 무감각 환자들도 있습니다. 그 분들은 제발 주사를 맞으면 아프기를 소원합니다. 신경이 죽어 있다는 것은 곧 죽음이 가까워 왔음을 암시합니다. 더 이상 회복이 되지 않을 때, 의사는 환자의 통증을 감해 주기 위해서 신경을 마비시킵니다. 그래서 고통은 없지만 살아 있음도 사라지고 맙니다. 주사를 맞으면 아프고, 주사를 빼면 피가 흘러나온다는 것은 살아 있음의 훌륭한 증거입니다. 언젠가 영화에서 주인공이 자살하려고 물속에 들어갔다가 손을 다치고 다시 물에서 빠져 나왔을 때, 주인공은 손에서 나는 피를 보며 나는 아직 살아있다고 외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픔, 피, 이런 것들이 고통의 언어들 이지만 그래도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음에 고통이며 고통이 있으므로 살아 있음입니다. 또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시간에 섰습니다. 금 년 한 해 동안 우리는 많이 아파했습니다. 암 투병으로 아파하시는 형제들도 있고, 희귀질환으로 갑자기 움직이기도 어려운 자매도 있습니다. 원치 않는 수술대 위에서 하나님을 바라보듯 하얀 빛의 전등을 쳐다봐야 하는 지체들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의 지체도 있습니다. 자식 때문에 가슴이 조여 오는 아픔을 겪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마음이 아픈 형제도 있고, 돌아가는 세상이 너무 암울해서 마음이 아픈 자매도 있습니다. 모두들 아파하며 한 해를 또 보냅니다. 우리는 마치 모두 고통 속에서 이 해를 지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고통이 우리가 살아 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면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시간에 이렇게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살아있음에 고통 이러라’ 하나님은 우리가 살아 있음을 좀 더 깊게 느끼며 살라고 고통이라는 소중한 표증을 주셨습니다. 고통 없이 느끼는 삶의 애착과 고통 때문에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는 삶의 질감은 다릅니다. 그래서 성경은 고난이 축복이라고 하고 있습니다(시 119: 71). 고통 중에 한 해를 힘들게 살았어도 그 고통이 우리의 살아 있음의 증거이므로 오히려 고통 중에 감사하며 이 해를 보냈으면 싶습니다. 그래서 고통도 어쩌지 못하는 성도의 감사가 항상 넘치기를 기도드립니다.
나팔수 강 승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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