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굼 신장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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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031회 작성일Date 19-11-23 14:58본문
11월 1일 금요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신장 투석을 받으며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투석기가 제 몸의 혈액을 열심히 회전 시키고 있을 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창원에서 투석하던 병원의 주치의 선생님 이었습니다. 지금 저에게 잘 맞는 뇌사자의 신장 기증이 있는데 신장을 이식 받으라는 권유였습니다. 평생 투석을 하며 살아야겠구나 생각했던 저에게 신장 이식은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장 이식이란 촌각을 다투는 일이므로 오래 생각할 틈도 없이 하나님께서 이일을 시작하셨구나 하는 마음에 그러겠다고 대답 한 후, 의사 선생님의 말을 따라 서울 세브란스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11월 2일 토요일, 오후 2시 30분 저는 수술실에 들어가서 이식 수술을 받고 저녁 8시가 되서야 병실로 돌아 왔습니다. 마취가 깨고 보니 11월 3일 주일 아침 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장 이식 후에도 소변량은 늘지 않고 몸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11월 4일 월요일, 여전히 이식하기 전과 차이가 없자 수술 의사는 투석을 시켰습니다. 아내는 혹시 새로운 신장이 깨어나지 않는가 염려했습니다. 실제로 이식 후에도 새 장기가 일하지 않는 경우가 가끔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아내는 그 때 부터 새 신장의 활동을 위해 중보기도를 교회에 부탁했습니다. 그 때 제 마음에 예수님께서 죽은 소녀를 깨우는 달리다 굼 모습이 떠올랐습니다(막 5:4). 그 날 밤새도록 주님께서 새로운 신장을 깨워 주시기를 바라며 달리다 굼(소녀야 일어나라) 그리고 신장 굼(신장아 일어나라)을 새로운 신장에 손을 얹고 간절히 명했습니다. 11월 5일 화요일, 아침에 깨어 보니 소변 줄에 연결 되어 있는 소변 통에 소변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일어 날 수는 없었지만 제 마음은 뛰며 큰 소리로 ‘소변 소리 찬양하라!’ 하고 외쳤습니다. 주님께서 중보기도자들의 기도를 신장 굼 으로 응답해 주셨습니다. 11월 6일 수요일, 투석 환자들은 소변량이 정상인 보다 훨씬 적습니다. 그러나 새 신장이 일을 하기 시작 하자 소변량이 투석할 때 보다 서너배 많아 지면서 몸도 정상 기능을 되찾아 갔습니다. 죽은 소녀를 일으키듯 주님은 잠 자는 신장을 일으켜 주셨습니다. 이 일은 역시 하나님께서 시작 하셨으므로 끝까지 이루어 주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11월 7일 목요일, 아침 회진 중 의사는 더 이상 투석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하는 기쁜 소식을 들려주었습니다. 투석 환자에게 더 이상 투석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은 복음 입니다. 주님은 저의 몸에 새로운 생명을 넣으셔서 그 생명이 저의 복음이 되게 하셨습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 오셔서 이루시는 연합이구나 하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11월 19일 화요일, 그렇게 말씀을 몸으로 경험하며, 중보 기도의 능력을 실제로 느끼며 이십일 간의 입원생활을 마치고 퇴원 했습니다. 저를 위해 신장을 기증해 준 이름도 모르는 그 젊은이가 살아야 했을 인생을 내가 대신 살아가라는 주님의 음성을 들으며 병원 문을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그 젊은이가 바로 나를 살리시고자 자기 목숨을 내어 주신 예수님의 현연(顯然)임을 느꼈습니다. 주님이 십자가 지심으로 부활의 생명이 우리 안에 들어와 우리를 살리시는 진리를 몸소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 형제, 자매님들께 교회를 이임하면서도 사랑의 빚을 지고 떠납니다. 평생 여러분을 생각하며 기도하여 이 빚을 갚으며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나팔수 강 승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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