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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랭이 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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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122회 작성일Date 20-09-1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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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여름 사역이 마감되며 얼마 전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가족이 일박이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들이 입대하여 훈련 중이라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딸이 창원에 함께 내려와 지내며 오랜만에 바람을 쐬고 싶다는 요청에 길을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대구 비슬산이었는데 태풍 하이선의 영향이 가시지 않은 터라 가는 날의 날씨는 먹구름으로 가득했습니다. 비슬산을 한 바퀴 돌고 저녁에 숙소에 들어왔는데 딸이 계획에도 없던 경주에 가고 싶다 하여 마침 저도 가본 적이 없는지라 다음 날은 불국사를 관람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감사하게도 화창한 날씨를 주셔서 기분 좋게 불국사에 도착하였습니다. 때 마침 안내 해설해 주는 시간과 잘 맞아떨어져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한 가지 건축공법에 관한 설명이 인상깊었습니다. 바로 ‘그랭이 공법’인데 처음 듣는 단어인지라 생소했기에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유의 전통 건축기법이라고 합니다. 그 방식은 자연석을 쌓아서 그 위에 목조건물을 올리기 전에 고른 평면을 만들기 위해 가공석을 놓을 때 가공석의 아랫부분을 울퉁불퉁한 자연석의 모양대로 다듬어서 톱니를 맞추듯 맞물려 놓는 공법입니다. 이 공법은 자연석을 기초로 하여 그 위에 나무 기둥을 얹을 때에도 적용되는데 자연석의 모양 따라 나무의 바닥을 깎아서 맞추는 방식입니다. 명칭이 그랭이 공법인 이유는 자연석의 불규칙한 모양을 깎아야 할 재료에 옮겨 그릴 때 대나무 집게 형태의 ‘그랭이’라 불리는 기구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은 못이나 여타의 고정 장치를 사용치 않음에도 지진이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에도 든든하게 견뎌내는 것은 물론 그로 인해 발생한 진동이나 흔들림으로 자연석과 가공석이 더욱더 촘촘하게 결속되어 더 튼튼해지는 장점이 있다 합니다. 흡사 병 속에 자갈을 채워 넣고 흔들면 틈새가 좁혀지며 오히려 더 밀접하게 결집되는 원리와 같습니다. 경주에 지진 단층이 지나감으로 지진이 자주 발생함에도 기초가 무너지지 않은 것이 바로 이 공법으로 인한 것이라 합니다. 그리고 이 공법은 고구려의 성벽에도 적용이 되었는데 만주 일대에 흩어져 있던 성들은 수십, 수백 번의 공성무기의 충격에도 끄떡도 없이 견뎌냈다고 합니다. 충격을 받으면 오히려 더 촘촘하게 결속되니 성벽이 더 든든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공법에 대해 듣고 또 자료를 찾아보며 교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님의 교회가 환난과 풍파 속에서 든든하게 견뎌 낼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머릿돌로 하여 지어져 가고 있습니다(행 4:11). 우리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자들인데 그 사도들과 선지자들은 또 모퉁잇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 위에 세워진 존재들입니다(엡 2:20-22). 사도들과 선지자들이 일생을 통해 예수님이라는 머릿돌에 맞추어 그랭이 공법으로 맞물려진 것처럼 우리 또한 동일하게 예수님의 삶에 맞추어 그 위에 올려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할 때 세상의 어떤 풍파도 흔들 수 없는 튼튼한 교회가 될 것입니다. 세상의 모진 풍파가 밀어닥치면 오히려 더욱더 예수님과 밀접하게 결속되기에 그 위력이 더 강해지는 교회로 설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모양에 맞추어지지 않고 그 위에 그냥 얹혀만 있다면 평안할 때는 괜찮은 듯 하지만 지진이나 폭풍우가 휘몰아치면 떨어져 나가고 말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예수님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버린 돌이지만 우리에게는 생명의 돌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퉁이 돌이신 예수님을 버린 세상과 짜 맞추어져야 할 존재가 아니라, 반드시 예수님의 형상을 따라 다듬어져 맞춰져야 합니다. 그랭이로 깎아야 할 모양을 그려내듯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따라 깎여져야 합니다. 그 길만이 세상을 이기는 하나님의 교회로 서는 최고의 공법입니다.
김재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