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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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043회 작성일Date 20-08-08 09:47본문
저번 주에는 가족이 함께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들이 8월에 군에 입대하는 터라 그 전에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추억 만들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휴가를 결정하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거제에서 바다와 산을 돌며 함께 대화도 나누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거제 바닷가를 돌며 지금까지 살아오며 본 적이 없는 신기한 나무 열매를 발견했습니다. 한 나무에 자두 만한 열매들이 듬성듬성 셀 수 있을 만큼의 열매가 열려 있는 나무도 있고, 어떤 나무는 그런 열매들이 주렁주렁 수도 셀 수 없이 달려 있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토착 열매 중에 아직도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이 의외였습니다. 길가에 가로수처럼 간간이 서 있는 것을 보니 딱히 주인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궁금증을 참지 못하여 가까이 다가가 불그스름한 열매 하나를 땄습니다. 생각보다 딱딱하여 손으로는 쪼갤 수가 없었습니다. 궁금함을 잘 못 참는 성격이라 가족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얼른 입으로 가져가 깨물어 보았습니다. 치아도 겨우 들어갈 정도로 단단한데 두꺼운 껍질 속에 은행알보다는 조금 작은 여러 개의 씨들이 가운데 부분에 올망졸망 모여있었습니다. 겉껍질은 처음에는 별 맛이 느껴지지 않다가 뒷맛이 쓰게 다가옵니다. 그 안의 씨도 하나를 꺼내서 껍질을 벗겨보았더니 말랑해 보여서 입에 넣고 씹어서 맛을 보았는데 처음에는 생밤을 씹는 듯한 식감과 맛이 나다가 역시 끝에 가서는 입에 둘 수 없을 만큼 강한 쓴맛이 느껴집니다. 반사적으로 뱉어내며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왜 이렇게 먹지도 못하는 열매를 주렁주렁 열리게 했을까?”라는 불만 섞인 말이었습니다. 흡사 함께 있는 가족들이 듣기에는 “쓸데없는 일을 하셨다”라는 투로 들렸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데 써서 먹지도 못하고 그저 땅에 떨어져 썩어서 거름 정도밖에 쓸모가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그랬습니다. 그리고는 혹시 저의 무지의 소치로 하나님의 귀한 창조물을 폄하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이 열매가 무슨 나무 열매이며 어떤 쓰임새가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나무 잎사귀를 보니 어디서 많이 본듯하였습니다. 만약 꽃이 있었다면 금방 알아봤을 텐데 꽃이 다 지고 열매가 맺히는 바람에 쉽게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동백나무였습니다. 지금껏 동백꽃이란 말만 들어보았지 동백 열매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혹시나 하여 ‘동백나무 열매’라고 인터넷 검색창에 입력을 시켜보니 역시 동백나무가 맞고, 동백 열매였습니다. 친절하게도 인터넷 검색에서 ‘동백나무 열매의 효능’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그 열매의 씨앗에서 동백기름을 얻을 수 있는데 그 기름에는 우리 몸에 필수지방산인 비타민 F와 항산화제 성분이 많고, 올레인산 함유량이 높아 보습효과와 피부관리 및 자외선 차단 효과가 탁월하다 합니다. 그래서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어 수분크림, 에센스 그리고 보디로션을 만드는데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저 입에는 써서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민망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이 세상에 하나님께서 만드신 것 중에 쓸모없는 것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입에 쓰다고 해서 쓸모없는 것을 만드셨다고 하나님의 창조물을 폄하한 태도가 죄송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에 “이 세상에는 쓸모없는 사람도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옵니다. 단지 내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이 존재하겠지만 하나님께서 어딘가에는 의미 있는 인생으로 창조하셨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비판하기보다는 어떤 장점이 있는지를 먼저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김재구 목사
김재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