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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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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006회 작성일Date 20-07-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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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의 어릴 적의 여름밤을 생각하면 온 가족이 커다란 모기장을 치고 그 안에서 올망졸망 누워서 잠자던 생각이 납니다. 그 때는 땅도 물도 공기도 오염되지 않았던 시절인지라 벌레들은 어찌나 많았던지 밤에 모기장을 치지 않으면 모기와 파리 그리고 이름 모를 수없이 다양한 벌레들과 씨름하느라 잠을 설쳤던 시절입니다. 그래서 그 때는 집집마다 방 숫자만큼 모기장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어릴 적에 모기장을 사용해 보고는 서울 근교인 부천으로 이사 가서는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모기장과는 관계없이 살았습니다. 모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시골에 비해서는 오염도가 높은 도심지라 숫자가 적었고, 또 모기를 퇴치하는 약들이 꾸준히 개발되어서 충분히 통제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에프킬라를 뿌리다가, 모기향으로 갈아탔고, 액체 훈증방식인 모그졸도 편리함 때문에 사용했다가 별반 효과가 좋지 않아, 오래 전부터 홈매트로 바꿔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창원에 내려와서 올해 처음 맞이하는 여름인지라 모기에 대처하기 위해 부천에서 살아왔던 방식대로 사용하던 홈매트를 꺼내서 각 방마다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름이 점점 깊어갈수록 홈매트만으로 모기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산이 바로 옆에 맞붙어 있어서인지 어딘가에 나 있을 비밀 통로를 통해 들어오는 모기의 숫자와 공격의 강도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불만 끄면 왱왱거리며 달려들어 무는 통에 몸을 긁느라 몇 일간은 밤잠을 설치기도 하였습니다. 딸과 아들도 다를 바 없이 동일했습니다. 한쪽 구석에 피워둔 홈매트로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모기장을 다시 찾게 되리라고는 결코 상상하지 못했는데 창원이 옛 향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부리나케 온라인 몰을 뒤져서 적당한 모기장을 주문하여 우리 부부 방과 딸과 아들 방에 하나씩 설치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밤이 편안해졌습니다. 홈매트를 켤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모기장 안에만 들어와 있으며 아무리 왱왱거리는 소리가 들려도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기장이 모기를 철저하게 차단시켜줄 것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모기장 속에 누웠을 때 불현 듯 떠오르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 속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안전감은 무엇 때문인가? 홈매트도 켜지 않았으니 모기가 사라진 것도 아니며, 주변에서 여전히 피를 찾아 왱왱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고 있는데도 전처럼 몸을 뒤척일 필요도, 팔을 휘저을 필요도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답은 단 한 가지 모기장이 침대 전체를 사방으로 감싸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모기장이 모기를 차단시키는 막이 되어 결코 안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막아주기에 모기가 아무리 많아도 개의치 않고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질문과 답을 생각하며 목사로서의 직업의식이 발동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의 유혹과 공격이 밀어닥칠 때 이 모기장과 같이 방어막이 되어주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역시 해답은 우리의 피난처 되시는 하나님이심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악한 것을 밤이나 낮이나 막아 주시는 우리 하나님(시 91편),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고 지키시는 하나님(시 121편)이 답이었습니다. 그 하나님 안에 있는 것만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근원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미가 선지자의 선포처럼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미 6:8)이라는 진리를 이루는 것임을 돌아보게 됩니다.
김재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