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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캐셔로’ – 비움으로 채워지는 부활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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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8회 작성일Date 26-04-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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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에 방영된 ‘캐셔로’라는 독특한 제목의 드라마가 있습니다.
‘현금’을 뜻하는 ‘캐쉬(Cash)’와 ‘영웅’이란 단어 ‘히어로(Hero)’가 합쳐진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몸에 현금을 지니고 있어야만 초능력이 발휘되는 ‘현금 영웅’입니다.
그래서 ‘캐셔로’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능력을 쓸 때마다 지니고 있던 돈이 소모되고, 액수가 많을수록 능력도 강해진다는 설정입니다.
만약 돈이 아까워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하면 몸에 고통스러운 피부병이 생기고, 반대로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내어 도와주고 나면 씻은 듯이 낫는 숙명을 지녔습니다.
  극 초반, 주인공은 자신의 재산이 줄어드는 것이 두려워 무거운 짐을 든 노인이나 폭력을 당하는 이웃을 못 본체 지나칩니다.
이런 자신에게 스스로 위로하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히어로들도 만약 자신의 재산이 사라진다고 하면 쉽게 나서지 못할 거야”라는 독백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능력을 아낄수록 주변 사람들은 떠나가고 삶은 피폐해집니다.
반면, 자신의 것을 다 내어 능력을 발휘할 때 비로소 사람들이 모여들고,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아름다운 사랑의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 드라마의 내용이 문득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 특히 부활의 증인으로 사는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 역시 세상을 섬기고 변화시키라는 소명과 함께, 세상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도 없는 성령의 임재라는 ‘초-초능력’을 값없이 부여받은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이 놀라운 능력은 종종 극도로 제한되곤 합니다. ‘내 시간, 내 물질, 내 생명’을 잃지 않으려 그 능력을 스스로 가두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내가 소모되는 것이 두려워 영적 능력을 사장시킬 때 우리 영혼과 사회에는 육체적, 사회적인 질병이 만연하고, 공동체의 연합은 깨지며,
악과 불의, 불평등이 팽배한 세상이 더욱 확대되는 현상이 지속될 것입니다(롬 1:18-32).

    이번 부활절 ‘참 캐셔로’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합니다.
주님은 하늘의 영광이라는 ‘비용’을 다 지불하시고 이 땅에 오셨으며, 마침내 십자가 위에서 자신의 살과 피, 생명이라는 전 재산을 우리를 위해 완전히 소모하셨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볼 때 그것은 완벽한 ‘소비’이자 ‘상실’이었으며, ‘히어로’가 아닌 ‘루저’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비움을 통해 ‘부활’이라는 인류 최대의 초능력을 일으키셨습니다.
주님이 자신을 다 내어주셨을 때 죽음의 권세는 깨어졌고, 우리는 영원한 생명의 공동체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부활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주님을 본받아 ‘나를 소모하며’ 살아갈 때 재현되는 현재 진행형의 역사입니다.
우리가 “모든 겸손과 온유로 하고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서 용납할 때”(엡 4:2), 그리고 “나누어 주기를 좋아하며 너그러운 자가 될 때”(딤전 6:18),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부활의 능력이 깨어납니다. 분명히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신 건강, 재능, 물질, 생명까지도 나를 위해 쌓아두라고 주신 예금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기꺼이 소모하라고 맡겨주신 ‘부활의 도구’라는 점입니다.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처럼 ‘줌으로써 받고,’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는’ 신비야말로 부활의 참된 의미입니다.
이번 부활절, 내 것을 아끼는 ‘방어적 삶’에서 벗어나, 주님처럼 나를 기꺼이 소모하여 이웃을 살리는 ‘참 캐셔로’의 삶을 시작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다른 이의 아픔을 채우려 비워낸 자리마다 무덤을 이기고 피어난 부활의 생명이 가득 채워질 것입니다.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