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리스도의 향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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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985회 작성일Date 20-11-06 14:40본문
‘향기’ 하면 가장 먼저 향수가 떠오릅니다. 지금이야 일반화되어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향수 한 두 개씩은 집에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고대에는 감히 엄두를 못 낼 일이었습니다. 향수라는 단어가 영어로 ‘perfume(퍼퓸)’으로 그 유래는 ‘통해서’를 뜻하는 라틴어 ‘per(퍼)’와 ‘연기’를 뜻하는 ‘fumus(퓨무스)’의 합성어로 ‘연기를 통하여’라는 뜻이 드러내듯 향수는 연기를 일으키는 향료에서 유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향수 한 병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양의 향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향수는 귀족들의 전유물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향수의 기원이 된 향료의 역사는 무려 기원전 4~5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에서 인류의 문명사와 함께 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처음으로 향료를 사용하게 된 것은 신에게 제사를 드리기 위함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향료에 대한 내용은 구약과 신약성경에도 곳곳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하나님을 섬기는 제의에 활용되지만(출 25:6; 계 8:4), 왕족이나 귀족들의 사치품으로도 나타납니다(삼상 8:13; 사 39:2; 계 18:13). 이렇게 오래된 향료와 향수에 대한 진실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단순히 수단일 뿐인 것입니다. 신의 임재를 상징화하거나, 섬기는 마음을 표현하거나 혹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돋보이게 하려는 목적인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마음에 담으면 바울 사도가 자신과 동역자들을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고후 2:15)라고 표현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초점은 향기가 된 바울 자신이 아니라 그 향기로 돋보이게 될 존재인 것입니다. 바울이 “항상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이기게 하시고 우리로 말미암아 각처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내시는 하나님께 감사한다”(고후 2:14)고 할 때 이것은 전쟁에 승리한 군대의 개선행렬에 비유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 당시 로마 제국은 전쟁에 승리한 왕이나, 장군에게 그 승리의 규모에 따라 개선식을 거행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습니다. 그 개선행렬에 필수적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향을 사르는 것입니다. 그러나 향료의 향기는 주인공이 아닙니다. 개선행렬의 풍미를 돋우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주인공은 승리하고 개선하는 왕이나, 장군인 것입니다. 바울이 이 비유로 자신의 사도성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자신의 사도직은 결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님을 나타내기 위함입니다. 그 증거가 바로 ‘그리스도의 향기’라는 표현 속에 들어 있습니다. 자신은 향기일 뿐이고, 그 향기가 돋보이게 해야 할 분은 바로 승리하시고 개선하시는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시라는 것입니다(골 2:15). 여기서 자신은 향기일 뿐이라는 표현 속에는 온전히 태워져 연기가 되어 그리스도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 자신과 동역자들의 일생의 사명임을 증거하는 것입니다. 비록 그의 사도로서의 삶이 고난으로 연속되어 있고, 멸시와 조롱, 박해로 가득 차 있을지라도 낙심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곧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지는 것이며, 바울의 표현대로라면 자신을 태워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마침내 예수님의 생명이 드러나게 하는 것이니 기꺼이 감당하는 것입니다(고후 4:8-11). 그러므로 바울이 자신과 동역자들을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할 때 이것은 곧 그의 사도로서의 정체성을 자리매김하는 ‘시그니처’인 것입니다. 자신을 다 태워서 그리스도를 돋보이게 하는 사명으로 그 안에 사도성의 본질과 거짓 사도를 가르는 분기점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제 이 시대의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참 향기인가, 악취인가의 차이는 자신을 태워서 그리스도를 드러내는가, 그리스도를 태워서 자신을 드러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향수를 뿌릴 때마다 예수 향기 되기를 소망하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김재구 목사
김재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