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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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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061회 작성일Date 21-03-1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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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결혼식에서 축사와 기도를 부탁받은 적이 있습니다. 요즘 일반화되어 가고 있는 주례 없는 결혼식으로 담임목사인 제게 주례 대신 축사와 기도를 부탁한 것입니다. 아직 믿음이 무엇인지 모르고, 교회는 전혀 나가본적도 없는 사위를 위하여 결혼식은 주례 없는 결혼식이지만 그럼에도 그리스도인의 길이 무엇인가를 결혼식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맛보게 하려는 장인, 장모님의 배려였다고 생각됩니다. 기도하며 축사와 기도문을 준비하면서 하나님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히 담고 작성하였습니다.

그렇게 마감을 한 후 결혼식까지 며칠의 여유가 있었는지라 출력하여 결혼예식을 위해 준비된 예쁜 화일에 넣어 책상 서랍에 보관해두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식 당일이 되어 다시 꺼내서 전체를 살펴보며 한 번 더 읽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축사는 문제가 없었는데, 기도문을 읽으며 그 전에도 여러 번 읽으며 확인하였음에도 한 군데에 오타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한 단어가 잘못된 것이 아니고 그 단어에 붙어 있는 조사 하나가 잘못된 것입니다. ‘기쁨이’로 하여야 할 것이 ‘기쁨에’로 쓰여 있었습니다.
결혼식까지 꽤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고쳐서 다시 출력을 하려고 마음먹고 컴퓨터 한글 화일에서 글자를 고쳤습니다.

그리고 결혼식을 위해 준비된 품격있는 동일한 종이를 가져다 프린트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에 다른 생각이 스쳐지나감을 느꼈습니다.
 “오타 하나 없는 인생이 있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특히 결혼생활은 보통 20-30년 정도 전혀 다른 환경과 여건 속에서 살다가 만난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데
문제 하나 없고, 불협화음 하나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준비한 기도의 시작과 끝은 분명 하나님으로 시작하고 하나님으로 끝을 맺는 내용입니다.
 신랑, 신부가 비록 삶의 여정 속에서 때로 오타와도 같은 어려움과 문제들 앞에 부딪칠지라도 하나님으로 시작하고,
하나님으로 끝을 맺는 결혼생활을 이루어나간다면 이런 오타 하나쯤이야 능히 헤쳐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그대로 두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결혼을 통하여 부부가 되는 신랑, 신부가 어느 날 결혼 기도문을 다시 읽어보다가 그 오타를 발견하게 되더라도 동일한 믿음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기도하였습니다.
그것은 기도문의 시작이 하나님이시고, 끝이 하나님이심을 깨닫고 인생의 오타를 능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아버지 아브라함을 닮아서 순종의 삶을 일찍부터 살아갔던 이삭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그의 삶에도 이런 오타가 있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흉년의 때에 가나안 땅에 남아 있으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그 땅 한 지역의 왕인 아비멜렉과 그의 백성들이 두려워서 아내 리브가를 누이라고 속이는 것입니다.
아내가 예뻐서 자신을 죽이고 아내를 빼앗아 갈까봐 두려워서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어느 모로 보나 하나님의 사람이 하지 말아야 할 치명적인 오타가 삶에 발생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을 부정하지 않았고, 그 안에 거하는 그의 삶을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그 한 번의 실수를 용납하시고 그를 이방인의 손에서 건져주십니다.

 삶을 살아가노라면 이와 같은 일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때로 세상이 두렵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환경이 어렵게 엄습해 들어올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실패와 실수가 발생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삶의 오타들은 결코 우리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도, 망가뜨릴 수도 없습니다.
흡사 결혼 기도문 속에 오타 하나가 기도문의 내용을 결코 변질시킬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결혼식을 올린 신랑, 신부도 그리고 우리 모두도 시작도 하나님이시고, 끝도 하나님이 되시는 삶을 이루어 간다면 인생의 오타는 능히 수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재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