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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과 '익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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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395회 작성일Date 22-06-2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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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 ‘시험’이라는 단어와 ‘익숙함’이라는 단어는 분명 같은 뜻은 고사하고 유사한 의미조차도 포함하고 있지 않은 전혀 별개의 단어로 보입니다. ‘시험’은 부정적으로는 무너뜨리려고 다가오는 ‘유혹(temptation)’이라고 볼 수 있고, 긍정적으로는 다음 단계를 위한 ‘평가(test)’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익숙함’은 무언가에 잘 길들여져 능숙하게 되거나, 혹은 자주 대하고, 겪어보아 잘 아는 상태가 된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성경 속에는 이 두 단어가 동일한 히브리어 단어를 번역하여 얻어낸 결과물로 나타날 때가 있다는 것이 의외입니다. 먼저 다윗의 이야기에는 오만방자하게 살아계시는 하나님의 군대를 모욕하는 골리앗의 말을 듣고 다윗이 의분이 가득하여 사울 왕을 만났을 때 그와 싸우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런 다윗의 용기에 설득되어 사울이 다윗이 싸움에 나가기 전에 자신의 군복과 놋 투구, 갑옷을 입히고, 칼까지 군복 위에 채워줍니다. 그러나 다윗이 무장한 채 걸어보다가 ‘익숙하지 못하니’ 이것을 입고 가지 못하겠다고 합니다(삼상 17:39). 그리고는 막대기와 물매와 물맷돌 다섯 개를 들고 나아갑니다. 여기에 사용된 ‘익숙하다’라는 단어인 히브리어 ‘나사’는 하나님께서 이삭을 모리아 산에서 번제로 바치라고 아브라함을 ‘시험하셨다’에서 사용된 ‘시험하다’의 히브리어 단어와 동일합니다(창 22:1).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만나를 가지고 율법을 지키는지, 아닌지 ‘시험하리라’는 그 곳에서도 역시 동일한 단어가 사용됩니다(출 16:4). 이렇게 동일한 히브리어 단어가 한글로 번역되며 전혀 다른 의미가 되어버렸지만 여기에 하나님의 숨은 섭리가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이 두 한글 단어인 시험과 익숙함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시험하시는 의미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의 하나님의 시험은 부정적인 유혹이 아닌, 긍정적인 것으로 다음 단계로 성장시키려는 평가인 것입니다. 그러나 다윗이 사울의 군복과 갑옷, 칼 등을 착용하고 걸어보았으나 ‘익숙하지 못하다’라는 결론에 이르고, 이 표현을 직역을 하면 ‘시험해 보지 못했다’라는 뜻이 될 것입니다. 시험해 보지 못했다는 것은 곧 그것이 어떤 목적을 위해 사용하기에 적합한 것이며, 유익한 것인지를 평가해보지 못했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이는 목적한 용도에 적절한지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시험하셨고, 이스라엘을 시험하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가 더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시험하셨다는 것은 곧 하나님께서 쓰시기에 익숙하게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곳에서 하나님의 입이 되는 존재로,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곳에서 하나님의 손이 되는 존재로, 하나님께서 가시기를 원하는 곳으로 하나님의 발이 되어 나아가는 존재로 익숙하게 만들어 가시는 것이 곧 시험인 것입니다. 마침내 하나님과 일체가 된 존재로 세우시려는 것입니다. 입과 손과 발이 머리를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면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이스라엘을 광야에서 만나로 시험하신 것도 역시 이스라엘이 하나님께서 쓰시기에 익숙한 존재로 훈련시키시는 과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전쟁을 위한 사울의 도구들은 그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꿈도 꿀 수 없었던 대단한 것들입니다. 군복, 놋 투구, 갑옷, 철제로 된 칼은 전쟁터에서 공격을 위해서도, 방어를 위해서도 생사와 직결될 만큼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전시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최고의 도구들이 익숙하지 않음으로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십자가의 보혈로 이미 값없이 의롭다 함을 받은 의인들입니다. 하나님께서 쓰시기를 원하는 최고의 ‘의의 무기’(롬 6:13)로 하나님의 손에 익숙해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시험과 훈련은 그것을 가능케 하는 최적의 길입니다.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