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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나무장갑 대 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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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6회 작성일Date 25-05-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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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연휴가 참 좋은 날, 주일 예배 후 사랑 제자반 순교지 탐방을 위하여 모두 함께 대절 버스에 올랐습니다.
목적지는 전남 신안군 증도 ‘문준경 전도사 순교 기념관’으로 하나님께서 주실 은혜와 교훈을 기대하며 설렘으로 출발했습니다.
가는 중 버스 앞에 설치된 커다란 스크린이 켜져 있었고, 계속해서 영상이 송출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애써 무시하며 시선을 다른 곳에 두려 하였는데 점점 내용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그 내용은 6부작 다큐멘터리 ‘차마고도’의 2번째 부분인 ‘순례의 길’로
세 명의 남자들이 쓰촨성 티베트 마을에서부터 티베트 불교의 성지인 라싸까지
약 2000km를 6개월여 동안 ‘오체투지’로 행하는 장면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오체투지는 몸의 다섯 부분인 두 무릎, 두 팔꿈치 그리고 이마를 땅에 대며 절하는 방식입니다.
그 순서는 합장하고 마음을 가다듬은 후, 무릎을 꿇고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두 손바닥을 땅에 대고 밀며 팔꿈치와 이마까지 땅에 닿게 한 후에 몸을 천천히 일으켜 다시 합장하며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세 발짝을 걸은 후에 또다시 동일한 반복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2000km의 여정을 비포장이건, 아스팔트건, 험한 산길이건 가리지 않고 행합니다.
이 오체투지를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품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나무장갑입니다.
팔꿈치와 이마가 땅에 닿게 하기 위해 손바닥을 땅에 대고 밀며 엎드려야 하는데
손바닥에 나무판을 대지 않으면 손바닥의 상처로 인해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무장갑은 손바닥 크기로 자른 나무판에 손가락을 끼울 수 있는 고무를 댄 것으로 이 여정에 필요한 나무장갑의 수만 해도 50-60쌍이라고 합니다.
나무장갑이 닳아서 없어진 숫자도 만만치 않고, 그만큼 몸도 닳아서 만신창이가 됩니다.
왜 이렇게 할까? 가장 큰 이유는 자기수련이며, 그 수련의 결과로 자신의 죄나 과오를 청산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기대합니다.
물론 더 나은 윤회를 위한 공덕이기에 내생까지도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티베트 불교 성지 라싸에는 이렇게 오육십 개의 나무장갑이 닳아 사라지고,
 마침내 세 명의 자신을 초월한 영웅이 서 있었습니다. 그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증도에 도착하여 또 다른 삶의 길을 보았습니다. 한국 개신교 최초의 여성 순교자이며,
섬 선교의 어머니로 불리는 문준경 전도사라는 한 여인의 삶이었습니다. 증도와 연결된 섬들을 나룻배를 타기도 하고,
갯벌을 걷기도 하며 섬마을들을 누비며 가난한 사람들, 병자들을 돌보고, 산파와 의사 역할도 하며, 가정을 회복시키고
믿음을 일깨우며 교회를 개척하고 복음을 전한 섬김과 헌신의 삶이었습니다.
이렇게 분주히 오가며 사람들을 돌보며 믿음으로 세우느라 일 년이면 9켤레의 고무신이 닳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 다 닳아 없어진 고무신 같이 마침내 1950년 10월 5일 공산군에 의해 순교의 제물이 되며 다 닳아서 하나님께 올려드린 밀알이 되었습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그리고 그 삶이 수많은 사람들을 구원의 기쁨으로 초대하는 길이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증도는 대한민국 선교역사에 전무후무한 섬이 됩니다.
지금 현재 마을 주민의 90%이상이 예수님을 예배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요즘도 새벽 교회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섬입니다.
사람들은 그 섬을 ‘천국의 섬’이라고 부릅니다.  닳아서 없어진 나무장갑과 고무신, 이 두 비교는 어느 쪽이 이 땅에 천국을 이루는 길인지를 분명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