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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나도 할매 반열에 들어섰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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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정분 댓글 0건 조회Hit 1,762회 작성일Date 12-02-18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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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뎌, 나도 할매 반열에 들어섰다네!

                                                              이  정  분

며칠전 새벽 3시반에 문자가 왔다.
미국에 있는 사위에게서..
 
"어머님, 아버님,
온유가 오늘 세상에 나오려고 합니다.
조금  이른 시기라
미처 마음의 준비도 안되었는데
이런저런 생각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걱정 되지만
순산할 수 있길
온유가 건강한 모습으로 태어나길
기도 부탁 드립니다."
 
새벽기도 가는 시간쯤이라 일어나야지 하면서 뒤척이는데
갑자기 용수철에 튕긴 사람 모양으로 정신 없이 벌떡 일어나 남편을 깨웠다.
이제 임신 36주 인데 그저께 부터 밑이 묵직하다는 딸아이의 말에
태아 머리가 밑으로 내려와 그럴꺼라 안심시켰는데
계속 은근히 신경쓰이는 통증의 상태가 의심스러워 병원에 갔더니
자궁이 이미 5cm가 열려 진행 중이라 오늘 분만 시도해야 한다는 의사말에
둘이는 너무나 놀란 모양이었다.
그 때부터 사위가 카톡으로 양쪽 집안에 실시간 생중계 하며 출산소식을 알려 왔다.
새벽기도 시간에 목사님께 기도 부탁을 드렸더니
낯선 이국 땅에서 엄마의 손길 없이 혼자 쓸쓸히 산고를 치르는 지영이가 너무 안쓰러우셨
는지
온 성도들님들과 함께 합심중보기도까지 해 주시며 응원하셨다.
딸아이에게는 침착하게 마음먹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얘기하면서도
멀리서 기다리는 내 마음은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 상태였다.
그 상황 가운데서 내가 할 수 있는것은 다만 기도 뿐, 그 외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다.
생명의 주권자이신 하나님께서 순탄하게 태문을 여실것을 간절히 기도하니
시간이 지나 차츰 평안해 지며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
오히려 딸아이는 하나님께서 지켜 주시고 힘주실꺼라며
의외로 덤덤해지고 담대해져 괜찮다며
엄마 너무 걱정말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십분이 여삼추 같이 길게 느껴지며 애타며 기다리던 중
11시 20분, 드디어 기다리던 반가운 문자가 왔다.
"엄마~~온유탄생 했어요. 축하해 주세요^^
몸무게는 2.4kg 건강해요,
호흡이 약간 불안정한 상태라 인큐베이터에 잠깐 있어야 한대요.
진짜 순풍 낳았어요 ㅎㅎ"
순간, 너무나 다행스러워서 무릎 꿇은 채 감사기도가 터져 나왔다.
하나님께서 도우시고,나이가 어려서인지 출산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고...
아...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세월이 좋아 금방 분만을 마친 산모가 갓 태어난 손자인 온유 사진을 찍어 보내 왔다.
급하게 세상구경을 나온, 사위와 사돈을 빼다 박은듯한 귀여운 손자 모습을 보니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나왔다.
그 때부터 나의 하루는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일이 손에 안잡히고
빨리 가야할텐데 하며 이것저것 준비하며 바쁘게 보냈다.
원래 계획은 3월 중순경 출산예정이지만
미국에서는 대개 주변의 언니들이 모두 2~3주 빨리 출산하니 어떤분은 애기를 낳고 뒤늦게 오신다며
엄마는 조금 일찍 오셔서 관광도 하고 여유롭게 계시다가 산후조리해 주시라고 하여
2월 25일 티케팅을 해 놓았던 터라
갑자기 출산하니 당장에 비행기편이 있어야 되니 이곳 저곳 여행사에 알아 봐도
만석이라 대기표 신청을 해 놓아도 안되어
결국 예정대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1박2일 밖에 병원에 있을 수 없다는데 산후조리는 어떻게 할까
여간 걱정이 되는것이 아니어서 나는 애가 탔다.
그러나, 속지주의 원칙인 온유에게 주어진 미국 시민권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인큐베이터에 온유가 잠시 있게 되는 바람에 오히려 산모에게 호텔방 같은 3인 가족 산실
을 병원에서 제공해 주어, 우리나라 산후조리원 못지 않게 산모와 아기를 관리해 주고
참으로 편안하게 휴식하면서 아기에게 수유하며 퇴원 할 때 까지 지내게 되어 정말 다행스
럽고 감사했다.
이 모든것 가운데 예비하시고 간섭하시는 하나님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졌다.
한인교회 목사님 사모님께서 엄마처럼 미역국, 사골국, 삼계탕을 끓여 갖다 주시며
다 알아서 맡아 줄테니 걱정 말고 몸조리 하라고 하신단다,
또한 평소 많이들 이뻐해 주셔서 주위 교회의 여러 분들이 함께 내일 처럼 기뻐해 주시고
맛있는 음식이며 방안 가득 선물 세례를 베풀어 주셨다니...
엄마가 없이 쓸쓸하고 난생 처음겪는 산통의 두려운 시간을 이렇게 채워 주시니 그저 너무
나 고마울 따름이다.
가서 만나 뵈면 감사 인사를 잘 드리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해야겠다.
산모도 붓기없이 건강하고, 온유도 황달이 시작되긴 했으나 곧 정상 수치로 돌아오고
이제 조금씩 나오는 초유도 잘 먹고
업그레이드 사진들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와 우리의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할아버지 초년생인 형제는 날마다 실시간 카톡으로 딸과 사위에게 온유의 새소식을 주고
받으며 신기해 하며 입가에서 웃음이 떠날줄 모른다.
 
이제 곧 사랑스러운 아가를 만나 보게 되겠지...
두근거리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오늘은 사 놓았던 기저귀도 삶아 널어 놓고,
보관해 두었던 지영이의 어릴 적 신생아 베넷저고리를 다시 삶아 
태어난 온유에게 기념으로 입혀주려고 준비 해 두었다.
산모에게 좋다는 가물치 보양 엑기스도 주문해 놓고, 아기 포대기와
진드기 방지 이불도 사서 진공 포장하고, 가져 갈 밑반찬을 만들고,
깨도 볶고, 어머님께서 짜 주신 참기름도 챙기고,
또 집에 남아 있을 아들과 남편을 위한 국, 반찬등을 냉동실에 얼려 놓았다.
방안에는  딸아이가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물품들과
이민가방에 들고 가려고 사 모은 아기 용품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얼마 전 기장에 가서 산 산모용 대각 미역 꾸러미도 잘 묶어 준비하였다.
순식간에 잊어버리는게 다반사인 요즘이라 적어 놓은 노란딱지 목록들이 메모판에 가득 붙여졌다.
직장에도 연락하여 잠시 휴직처리를 부탁했다.
이전의 아기 엄마가 될 준비가 서툴던 나와는 다르게
지영이는 스트레칭과 요가를 하며 몸도 출산준비도 완벽하리만큼 잘하고 ,
주변의 언니들에게서 쓰던 아기 용품도 많이 얻어 놓고
태교일기도 매일같이 너무나 꼼꼼하고 세밀하게 써 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온유 맘이 될 준비를 하고 있어 참으로 기특했다.
 
오호..이제 드뎌 나도 할매 반열에 들어섰단다~~
친구들과 마주치면, 돈 만원 내고 우리 손자 보여 줄까? 하며 휴대폰을
내밀고 자랑삼는 여늬 할머니들 처럼
나 또한 그러겠지...
자매님들도 머잖았어.ㅎㅎ

딸내미 덕분에 뱅기 타고 두 달 동안 산후 조리 하러 미쿡 댕겨 오게씀니데이 ㅋㅋ~~
(너무 자랑 같이 들리시려나...죄송^*^)


암튼 마음으로 축하해 주시고 ,
울 온유(‘이 준’ 으로 출생신고 했음)가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지혜롭고 건강하게, 총명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잘 자라도록 기도해 주세요.
이렇게 경건한 믿음의 자손의 대를 이어가게 하시는
말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