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교회

남산교회
로그인
교회소식

지체의 글

나만의 빛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세숙 댓글 1건 조회Hit 1,953회 작성일Date 10-02-18 12:31

본문

며칠 전, 친구에게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언제나, 자신의 것을 아끼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넉넉한 친구인데
그날도, 밤송이로 물을 들였다며 스카프를 한 장 건네주었습니다
마치, 봄을 부르는 바람 빛 같기도 하고 이제, 막 가을로 접어든 시골길과 들판을 연상케
하는 스카프는 신비함과 그윽함을 동시에 발하고 있었습니다.
밤을 새워가며 만들었다는 친구의 말에 눈가가 젖어서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건네받았습니다.
그리고는 여러 가지 방법과 스타일로 목에 둘러도 보고
이옷 저옷과 매치도 시켜보고 했습니다.
그런데, 볼수록 신기 했습니다.
아무데도 쓸모없을 것 같은 가시투성이인 쭉정이 어느 구석에
그리도 고운 빛깔을 품고 있었는지...
산에 갔다가 알밤이 빠져 나간 채로 떨어져 뒹구는 밤송이 껍질을 보면
혹, 발에 찔릴까봐 피해서만 다녔지 그 날카로운 가시 속에 다른 무엇이 있을 거란 생
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아! 이거구나 하고 깨달아지는 것이었습니다
보잘 것 없고 연약한 내 속에도 빛깔 하나 쯤 숨어 있겠구나!
매사에 밤송이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워 때론 나 자신조차도 싫은 나이지만
내 속 어딘가에도 저 밤송이처럼 그 어떤 나만의 빛깔이 있겠지 하고...
그리고, 쓸모없다 여기며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밤송이 껍질을 주워다가
밤을 새워가며 삶고 담그고 주무르기를 반복하며 기어이
신비로운 빛깔을 빚어낸 친구의 손길이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이처럼 형편 없는 나도. 주님이, 나의 주님께서 세월을 두고 만지시고 고치시며
빚어 가심으로 기어이 나만의 빛깔을 발하게 하실 것이라 여기니
갑자기 새로운 소망을 발견 한 듯 설레고 기뻤습니다.
주님이 빚으셔서 주님을 닮은 우리 각자의 빛깔은 어떤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