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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길 저 끝에서 만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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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보영 댓글 2건 조회Hit 2,038회 작성일Date 10-02-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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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길 저 끝에서 만나세

                              안복수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 좁은 길 저 끝에서 만나세

내가 당신을 찾는 길이

당신이 나를 찾는 길이

오래 묵혀 둔 길이라 해도

내가 그대를 찾아 나서고

그대가 나를 찾아 나선다면 어찌

길이 열리지 않으리오

그때는 그대도 나도 가슴 풀어 헤치고 만나세

 

사랑하는 사람아

그 길은 울퉁불퉁 걷기 힘들어도

험한 길이라 해도

조심조심 맨발로 걸어야 하오

풀꽃도 만나고, 땅 속에 집짓고 평화를 누리는

미물들의 동네도 있을 것이니

그것들과 인사라도 나누려면

발끝에다 눈 내리고 사뿐사뿐 걸어야 해요

소낙비 다녀간 후에, 질척거리는 그 길이라도

그냥, 진흙에 맨 발바닥 푹 파묻혀

삼라만상에 감전되면 더욱 좋으리

 

사랑하는 사람아

그 좁은 길

어렵사리 오는 길이라도

빈손으로는 오지 말게나

그대와 내가 풀어 헤칠

보따리 하나 쯤 들고 오시게나

싱싱한 푸른 바람같은

새파란 웃음도 한 아름 걸치고

한 발 한 발 밟을 때 마다, 쪼개진 땅

한 땀 한 땀 꿰매면서 오시게나

 

사랑하는 사람아

좁은 길 저 끝에는

가시에 찔린 백합이 향기를 토하고

눈이 먼 사랑이 몸살을 앓다가 꽃이 되는 곳

그대와 내가 거기서 만나면

물처럼 자갈처럼 바람처럼 노래하게되리

좁은 길 저 끝에서 만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