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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십대 중등부 수련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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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명희 댓글 0건 조회Hit 1,805회 작성일Date 09-08-0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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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건강해지고 왕성해져서 무슨 일이든지 척척 해내는 인간상이 되고 싶은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마음대로 안되는게 더 많아지고 생각대로 안되는 것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나의 종점과 나의 코너는 하나님께 더 가까이 더 깊숙이 들어갈 수밖에 없음을 본다. 항상 그랬지만 하나님은 내가 그 종점과 코너에 도착할 때까지 변함없이 여전히 참고 기다려 안아주시며 하나님의 수준과 능력으로 끌어 올려 기쁨으로 막을 내리게 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이번 중등부 여름수련회에서도 그 하나님을 경험하게 되었다.

기도와 수고의 땀방울이 어우러져 두 교회의 연합 수련회가 남해 에덴 휴양골에서 막을 열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 것은 예상했던 인원이 초과하면서 비상사태가 초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은혜와 손길은 시시때때로 평강과 감동의 물결로 바꿔주셨다. 무엇보다도 먹거리 식단부분에서 구멍이 뚫리면서 품귀현상이 속출하였다. 먹거리 장만에 섬기러 오신 권사님과 여러 자매님들의 난감한 부엌 현장체험이 시작되면서 주방담당 선생님들의 초조함과 안타까움은 발을 동동 구르게 하였다. 이런 와중에서도 그 곳에 참여한 모든 이에게 먹거리와 간식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풍요롭고 풍성하게 공급되어졌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한 어린아이의 오병이어가 드려짐 같이 숨은 손길 작은 섬김이 채워짐으로 오천명을 먹이고도 남는 성경 속 이야기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한번 이 글을 통해 주방 섬겨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고개숙여 감사드린다.
이 섬김의 배부름으로 우리 선생님들과 자녀들은 준비해온 일정 하나하나에 혼신을 다하고 심혈을 기울여 점점 분위기는 가열되고 무르익어갔다. 두 교회가 연합해서인지 오히려 자녀들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우리반 이름은 ‘주기모할’(주님이 기뻐하는 일이라면 모든지 할수있어) 두세명 빼고는 모두가 억지로 부모님 등에 떠밀려 마지못해 앉아있는 모습이였고, 귀차니즘과 짜증스러움이 가득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이 녀석들을 끌어올리자니 예나 지금이나 머릿속이 뽀골거리고 허옇게 빈혈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워낙에 선생님들이 단단히 준비해온 사교게임과 친밀한 오락은 첫 판부터 그들의 맘을 서서히 매료시키고 그리하여 가늘게 눈을 뜨고 멀찍이 숨어 앉아있는 우리 반 녀석들도 조금씩 움직이게 하였다.
처음 중등부 학년을 맡고, 수련회반을 처음 맡을 때 선생님들의 고민은 외계인 같고 럭비공 같은 극심한 사춘기 녀석들을 어떻게 하면 공동체 안으로 한명도 빠짐없이 끌고 들어오느냐에 생사를 걸게 된다. 그래서 우리 자녀들의 꽁꽁 묶여있는 온갖 정서들을 부수는 시간은 야심한 밤까지 계속되었다. 패션모델 워킹 순서에 준비해온 조명과 십대들의 최신곡 ‘핫이슈’, ‘아이 돈 케어’, ‘줄리엣’ 등등 경쾌한 음악은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휘어잡고도 남음이 있었다. 온갖 속 감정들을 맘껏 발산하게 만들었다. 성경인물 패션쇼를 통해 도저히 등수를 정하기 어려울 만큼 아이들의 숨은 재능과 끼가 아낌없이 드러났고, 기가 막힌 아이디어와 창작이 발휘되었다. 

다음날도 시간 시간이 모두 알차게 진행되며 절묘한 날씨의 타이밍을 보면서 지난 교회 새벽기도와 금요기도, 중보기도실 기도, 쌤들의 한 끼 한 끼 금식기도에 모아졌던 기도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일정과 순서들이 있었지만 자녀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순서 1위로 꼽은 ‘천로역정’시간 그것 또한 야심한 밤에 이루어졌다. 들판과 산을 가로 질러 선생님들이 각각 코너방에 보초를 서며 준비된 모든 장비를 갖추고 자녀들을 맞이하였다. 내가 맡았던 코너는 미혹의 방...온갖 풀이 무성하게 자라나있는 커다란 무덤 옆에서 촉촉한 이슬을 맞으며 두 손 두 팔을 벌려 자녀들 한 영혼 한 영혼을 소중한맘으로 맞이하였다. 내 앞 코스에서 예수님을 분장한 선생님을 친히 때리고 와서인지 아이들의 얼굴표정이 사뭇 진지하고, 무거우며, 울먹이는 아이도 있었다. 자기 죄를 대신 지고 채찍을 맞는 예수님을 보니 슬프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당당한 외계인의 모습들은 어디론가 다 사라져버리고 가난하고 순수한 영혼으로 돌아와 있었다. 마치 말랑말랑해진 밀가루 반죽처럼...십대들만이 갖고 있는 그 순수한 영이 성령의 영으로 부드럽게 반죽 되어지는듯 했다. 사랑스럽고 깨물어주고 싶은 청소년들에 대한 하나님 아버지에 맘이 느껴졌다. 험하고 미혹 많은 이 세상에서 우리 자녀들이 잘 이겨나가길 바라며 잘 무장시켜 다음 코스로 보내졌다.
특히, 죽음과 부활의 코너방, 관 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체험은 자녀들에게 상당한 은혜와 큰 적용점을 찾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키 큰 아이는 관속이 비좁아 애먹는 에피소드도 생겼다. 아홉 개 조 자녀들이 각각의 코너방을 다 돌고나니 밤 열두시가 훌쩍 다 지나갔다.

더운 여름 모두들 헌신과 수고를 아끼지 않았지만 특히,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팀이 있다. 땀을 송송 흘려가며 시간과 몸을 아끼지 않고 준비했던 중등부 찬양팀이다. 갖가지 사연과 영적싸움이 있었겠지만 각기 다양한 악기와 목소리를 자기자리에서 힘껏 합하여 하모니를 이룰때 그곳은 인간 콘서트가 아닌 진정한 성령 콘서트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억지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난 진정한 찬양과 경배의 장소가 되었다. 하나같이 선생님들과 자녀들의 목소리는 하늘을 찌르고 어느새 자녀들과 내 볼에도 한줄 두줄 눈물이 흘러내리고....하나님의 평안은 고이 싸고...모든 것이 감사와 찬양으로 올려지는 시간이 되었다.

수련회를 마치며 절실하게 느낀 것이 있다면 이 자녀들 마음 깊은 곳에 하나님을 향한 간절한 목마름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부모로서 교사로서 이 목마름을 하나님의 것으로 채워주는 자로 서 있어야 함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다. 수련회를 마치고 돌아와 “언제 또 수련회 하나요?”, “겨울에도 하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서 우리 선생님들은 모든 고단함을 떨쳐버리며 또 한 걸음 한 걸음 십대들을 향하여 힘차게 발을 내 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