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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완에서 이런 일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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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창수 댓글 2건 조회Hit 3,511회 작성일Date 08-08-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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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완에서 이런 일들이 !!!


  8월13일 오후6시 교회를 출발하여 필리핀에 도착, 마닐라 시내의 샬롬센타에서 4시간정도 눈을 붙인 후 다시 필리핀 국내 항공기로 이륙하여 14일 오전10시경 팔라완의 푸에르토프린세사 공항에 내리니 텁수룩한 수염에 허름한 옷차림의 임창만 목사님이 환한 웃음과 포옹으로 반겨 주셨다.  2대의 4륜구동 차에 나눠 타고 한참을 달려 비포장도로를 지나 목적지에 도착하니 SHDTI(Shouthen Hill Diciplinship Training Institute) 라고 쓰여 있는 팻말이 임 목사님 차림새만큼이나 허름하게 비스듬히 서서 우리를 맞아준다.  비포장 도로 에서 좌측으로 30여m쯤 들어가니 자그마한 동산 모양의 DTI 센터가 눈에 들어 왔다.
  지붕과 기둥만 서 있는 듯한 건물에서 십여 명의 훈련생들이 뭔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건물 이곳저곳에서 직원들과 사모님이 나오셔서 우리들을 반겼다.
  훈련생들의 간단한 환영식(?)을 악수로 답하고 곧장 주변 건물들을 둘러보았다.  사무실겸 사택건물 1동, 벽이 없고 지붕만 있는 휴게실1 강의실1, 식당 겸 새벽기도처 1동, 훈련생들의 숙소 3동, 직원숙소2동, 화장실1동등 10여동의 건물이 3천여 평의 동산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었는데 어느 한곳 제대로 된 건물이 없을 정도로 직접 블록을 쌓아 함석으로 지붕을이은 것과 대나무와 갈대종류를 사용하여지은  것들로 대충대충 서툰 솜씨가 돋보이고 임목사님의 수고와 고생이 곳곳에 묻어있는 흔적이 역력했다.
  정원이 12명인 약 1년 과정의 훈련생들(현재 12기 여자13명)의 일과는 새벽4:30분 기상하여 밤10시 30분 취침 시 까지, 새벽기도와 QT, 4시간강의, 노동 1시간, 음악 및 체육1시간, 예배, 성구암송, 자습, 침실예배, 주말의 전도여행 등 훈련 기간이 짧은 만큼 꽉 짜여 진 스케쥴 이었다. 
  사모님께서 정성스레 마련하신 점심을 먹고 12:30분 목사님부부와 직원2명 우리5명이 2대의 차에 분승하여 선교지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서둘러 출발 하였다. 팔라완 섬 아래쪽 적도방향으로 약5시간 정도 가야 1차 목적지가 있다고 한다.
  오래전 필리핀이 괜찮았던 시절에 포장했던 도로 곳곳이 갈라지고 파여진 상태로 방치 해둔 곳과 비포장도로가 서로 연결되어 평균 시속 약 50K 정도로 달리는데 지나치는 바깥풍경은 대나무와 야자 잎 갈대 등을 얼기설기 엮은 듯 움막 같은 집들이 한두 채씩 듬성듬성 이어져 가고 있었다.  때론 설마 저런 집엔 사람이 살지 않겠지 라고 생각 하며 지나치는데 움막 안에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마치 버려진 듯 한 주민들의 모습, 할 말을 잃었다.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소나기에 엉금엉금 기다가 비가그치고 조금더 가노라면 거기엔 비가오지 않았다. 계속하여 비가 오다 그치다 를 반복하는데 하나님께서 비포장도로의 먼지를 막아 주시는 것 같았다. 그러기를 4시간여 경운기가 겨우 다닐만한 좁은 길로 들어섰다. 기다시피 뒤뚱거리며 한참을 더 가더니 아예 길도 없어 보이는 곳으로 꺾어 들어간다. 200여 미터쯤 갔을까 차를 세우길래 주위를 둘러보니 바로 가까이 조그만 흙탕물 도랑을 건너  수풀사이로 마을 같은 게 보였다.  우리일행을 발견 한 듯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아이들과 어른들, 반겨주는 정도가 예사롭지가 않다.  도랑에 나무로 걸쳐놓은 다리를 건너 마을에 들어가니 앞이 탁 트인 모래사장에 8채의 움막들이 낮은 원두막처럼 옹기종기 서있고 마을 중앙엔 약40여 평 크기의 블록으로 지은 예배당이 위용(?)을 자랑 하듯
서있다.  목사님의 설명에 따르면 주민 수는 약 100여명, 회교도들 이었단다. 회교도 들은 부족별 계급이 있는데 물고기를 잡는 그분들이 제일 천민 이라고 한다. 그분들은 물고기 잡는 외에 별도의 생업을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산다고 했다. 약 8년 전 이곳에 2명의 이단자가 생겼다.  그러자 땅 소유주로부터 기독교로 개종한 부족은 떠나라며 퇴출 명령이 떨어져 갈 곳이 없던 그들에게 2001년 집들이 서있는 땅 약600여 평을 매입하여 주었더니 그들이 몽땅 기독교로 개종했다고 한다.  흩어져 있는 물고기가 아니라 깊은 곳에 모여 있는 물고기 떼 “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니 그물이 찢어지더라.” 우리에게 시사 하는바가 크다. 예배당 건물도 약200만원어치의 시멘트와 지붕 함석자재만 사주고 주민들이 직접 지천으로 깔려 있는 모래로 블록을 만들어 지었다고 하였다. 땅이 비좁아 2006년 약600여 평을 추가로 매입해 주었고 경운기 엔진을 사주어 자체 발전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보람 있게 쓰인 헌금의 가치가 돋보인다.  그러고 보니 그들이 우리를 그렇게 반기는 이유가 수긍이 되었다.
  DTI 로부터 매월 3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으며 그곳 이눅봉교회의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는 DTI 출신 호비 형제의 집에서 저녁 식사를 대접 받았다.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귀한 쌀로 준비한 음식 이었다.  푸석푸석한 쌀밥을 큰 접시에 수북 히 담고 이름 모를 물고기 몇 마리를 통째로 시커멓게 구워 소금과 함께 내어놓고 간장 비슷한 것과 채소류 하나가 전부, 손님이 먼저 들고 난후 자기들이 먹는 것이 예의라고 절대로 함께 먹지 않는다.  민망한 마음과 함께 너무나 사치스런 한국의 식탁을 비교해보며 숙연해 졌다.
  곧 이어 저녁 예배 시간이 되었다.  경운기 발전기 소리가 자그맣게 들리는 예배당 천정엔 작은 도마뱀 몇 마리가 서로 장난치듯 돌아다니나 거기에 신경 쓰는 주민은 한명도 없었다.  찬양이 시작 되었다.  크고 작은 기름통 3개와 깡통과 나무막대기를 이용하여 직접 만든 드럼은 가히 명품 악기중의 명품 이었다.  명품 드럼과 기타, 조그만 앰프시설이 전부인 찬양 팀 5명중 리더는 호비 형제의 16살 먹은 누이동생 안죠이.  공부를 늦게 시작해 아직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한다.  호기심 반 그저 그러려니 반 정도로 뒷줄에 서서 방관자들처럼 보고들 있는데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치 영으로 찬양 하는듯한 안죠이의 찬양 인도에 따라 걸을 수 있는 아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 까지 전체 주민이 하나가 되어 일어 선채 온 몸으로 찬양을 이어가고 있었고 그 누구하나 어린아이 한명까지도 찬양에 집중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가사를 알 수는 없었지만 성령님의 충만하신 임재를 느끼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이 우리를 사로잡았고 “하나님이 기뻐 받으시는 찬양이 바로 이런 것 이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잠시 교만했던 마음을 회개하며 하나님께 용서를 구했다.  1부는 찬양, 2부는 임 목사님 설교, 3부는 우리들 소개와 자신들이 평소 부르는 한국어 찬양, 4부는 장기자랑 비슷한 자신들의 춤이 이어졌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밝고 한 마음으로 즐거움에 휩싸여 있는지 장기 자랑 춤엔 온 예배당이 자지러지고 또 자지러지는 모습들을 보며 천국은 심령이 가난한 자들의 것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처녀 시절에 꽤나 예뻣을 얼굴이나 뚱뚱한 몸매의 호비 어머니가 마치 흐르는 물처럼 잔잔히 마무리 기도를 하였다.
  예배를 마치고 주민들이 각자 처소로 돌아간 후 우리를 환영하러 찾아준 주변가까이에서 사역하고 있는 DTI 졸업생 7명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격의 없는 대화중 그들은 DTI 출신이라는 것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한결같이 1년간의 훈련과정에 아쉬움을 표하고 2년 혹은 4년 정도의 충분한 훈련을 받을 수 있기를 원했다.  숙식과 화장실 등 시설문제는 전혀 불만이 없는듯하여 다소 의아했다. 
  밤11시쯤 그들을 돌려보내고 해변으로 나와 담소를 나누며 찬양 예배에 대한 얘기들로 꽃을 피웠다. 이곳주민들은 밤이 되면 딱히 갈 곳도 없지만 매일저녁 자연스레 예배당에 모여 찬양을 하며 귀한 성령 공동체의 모습을 이루어 가고 있었다.  행복지수 100 . 바로이분들이 그 주인공들이 아닐까?!  밤12시쯤 내일의 일정을 위해 비좁은 호비네 집에 호비네 식구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잠시 잠이 들었나 싶은데 갑작스레 대나무를 쪼개어 만든 방바닥아래에서 닭이 울기 시작했다.  계속하여 호비네 닭이 울면 저쪽 닭도 울고, 잘 못 먹어서 인가 한국 닭은 힘 있게 홰를 치며 우는데 여기 닭은 약간은 원기가 부족 한 것 같았다.  닭 우는 소리가 그쳐갈 무렵이번엔 똑똑똑 도마에 칼 대는 소리가 들려 왔다.  호비 어머니였다.  에이, 나중에 하시지 요리도 별 신통 찮으시더만...    잠시 후 갑자기 내 귀를 의심하는 천상의 소리가 들려 왔다.  호비 엄마가 콧노래로 나즈막히 부르는 찬양  “오 신실 하신 주 내 아버지여 늘 함께 계시니 두렴 없네 그 사랑 변 찮 고 날..... ” 순간 숨이 멎고 온몸에 전율과 함께 눈물이 솟는 감동이 나를 휘감았다.  한참 후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어 모기장을 살며시 빠져 나왔다.  바로 앞 해변 모래를 밟고 밤하늘을 쳐다본 순간 이게 웬일인가?!!! 온 하늘에 너무나도 맑고 큰 별들이 온통 쏟아 붓듯 넘쳐난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마을 주민들이 깰까봐 큰 소리로 부르지 못하고 흥얼대고 있는데 어둠속에 누군가가 다가오는 인기척이 있었다.  임 목사님 이었다. “최장로님 이세요?” 눈도 밝으시다. 목사님도 잠이 오지 않아서 해변을 거닐고 계시는 중이었다. “목사님 죄송합니다. 그동안 저희들이 너무 무심했었습니다.”되지도 않은 논리로 입방아만 찧었던 탁상공론이 눈앞의 현장에 얼마나 어리석은 모양이었는지를 회개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어 어둠속에서 조용히 말씀 드렸다.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오히려 죄송하고 고맙지요 조금 더 일찍 돌아오지 않았던 것을 후회 했었습니다. 제가 있어야 할 곳은 이곳인데.....” 말씀을 잇지 못하시는 임 목사님을 보며 목사님과 함께 하시는 주님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주민들에게 땅을 사 주신 것을 왜 지금까지 말씀하지 않으셨나요?” “그게 어디 제가 한건가요 하나님이 하신거지 내 자랑이 될 것 같아서 말 하지 않았어요.”  역시나 외통수 임 목사님다운 대답이셨다.
 서서히 밝아오는 해변 가 이곳저곳에 기지개를 켜며 다가오는 일행들의 모습이 보였다.
닭 우는 소리 때문에... 호비 어머니 찬양 때문에... 어쩌구 하면서 아직은 잠들어 있음직한 주민들을 의식하여 함께 해변을 거닐었다.
  화장실이 없던 마을, 유일하게 있는 화장실은 예배당 옆에 대충 지은 어린이 선교원 뒤쪽에 설치해준 나팔 모양의 변기 하나.  그 옆에 둔  프라스틱 물통의 물과 바가지 한 개가 용도가 무엇인지 말 해주고 있었다.    백여 명의 주민이 함께 쓰기엔 턱도 없이 부족할건데 ...  조금 있으면 발생할 상황을 염려하며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와서 볼 일을 보는 주민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웬일일까? 우리들 때문일까? “그냥 대충 알아서들 봐요. 물속에 들어가기도 하구요 풀밭과 숲속 이곳저곳에 흩어져 볼일을 봅니다. 장로님들도 적당히 알아서 처리 하세요. 여기는 그렇게들 살아왔어요.” 목사님의 설명에 DTI 센터의 형편없는 화장실에 전혀 불만이 없던 졸업생들이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아침 식사시간, 꼭두새벽부터 똑딱거리던 호비 엄마의 특별메뉴가 나왔다.  생선찜(?)과 해물탕(?) 맛있다!!! 상상을 초월하게 매운 구기자만한 크기의 고추는 음식 맛을 더욱 북돋워 주었다.  식사 후 화장실 물통에 있는 물을 쪽박으로 떠서 양치를 하고 있는데 너 댓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으로 들어 가는게 보였다.  엄마의 손을 잡고 해변을 따라 어디서인지 모르게 한두 명씩 모여 드는데 금방 23명의 어린이가 모였다. 이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는 DTI 출신 30세의 미혼처녀 이반젤린. 목사님이 학용품 외 월 3만원정도씩 지원을 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약간은 퀭 해 보이는 큰 눈의 아이들 너무나 수줍고 순진한 모습들이다.  선생님이 기도로 시작 할 때 눈을 뜨지 않고 찬양과 율동을 할 때 한눈팔지 않는다.  목사님이 궁금증을
풀어 주신다. “이 아이들은 이곳 주민이 아닌 이웃마을 아이들입니다.  간식도 주고 글도 가르치고 하니까 엄마들이 너도나도 보내 줍니다. 귀한 사역 이지요.” 어린아이들의 맑은 눈과 티 없는 함박 웃음을 보며 나도 어린아이가 되고 싶어졌다.  이곳에 뿌려진 씨앗들 그리고 확실한 모습으로 열매를 향해 자라나는 모습들을 보며 돌아서 가시는 임 목사님의 뒷모습이 그렇게 존경스러울 수가 없었다.
  떠날 차비를 하고 있는 우리들 주변에 호비의 여동생 안죠이 와 어린이들이 쭉 둘러서더니 두 손을 앞으로 하고 “당신은 사랑 받기위해 태어난.....” 을 불러 준다.
  아쉬운 악수를 나누고 두 손을 주민 모두에게 흔들어 작별을 고하고 두 번째 목적지를 향해 출발 하였다.
  약 두어 시간 정도 더 가면 목적지가 있다고 한다. 이곳보다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약70여명의 주민들과 함께 허름한 예배당 건물 안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다소 병약해 보이는 DTI 출신자매 프레씨 의 사역지 바구산 교회를 둘러 보기위해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2008. 0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