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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햇볕을 온몸 가득히 쏘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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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형도 댓글 1건 조회Hit 2,244회 작성일Date 12-12-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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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집뒤 조그마한 텃밭에 겨울초나 봄동을 심어 길렀던 기억이 있다. 추위가 요즘의 겨울 날씨보다
많이 추울 때라 신경을 써 주지 않으면 얼어서는 노랗게 녹아 버리므로 아버지께서는 짚을 깔아 얼지
않게 하셨는데 추운 날씨에도 하루종일 햇볕이 드는 따뜻한 위치라 잘 자랐으며 겨우내내 파릇파릇
하게 자라 이른 봄에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은  푸른 채소의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히 남기어 좋았던 기억이고 요즘도 그 맛
이 생각나 때가되면 가끔 사다가 쌈으로 즐기곤 한다.
그렇게 겨울초가 겨울을 견디고 4월이 되면 노오란 유채꽃을 피웠는데,  지금 생각해 보건데 아무리
짚으로 감싸고 한다지만 따뜻한 햇볕을 하루종일 받을 수 있는 양지 바른곳이 아니면 추운 겨울에
봄동이나 겨울초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했으리라 생각되어진다.
수목원의 조경수는 계획성있게 식수를 하므로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든 햇볕을 쐴수 있도록 배치
하여 어느 방향으로든 고르게 성장하나 야생의 산 소나무는 분명 햇볕 방향으로만 성장을 한다.
햇볕이 닿지않는 반대 방향은 잎도 없고 가지도 말라 죽어가고 결국엔 꺾어져 부르지고  마는 것이
었다. 한 그루의 나무에서도 가지와 나무 잎새가 햇볕을 받는 남쪽은 세력이 좋아 길게 뻗어 모
양새도 갖추고 잎새가 진 초록이다. 하지만 그반대 편의 그늘 진 부분은 가지가 짧고 나뭇잎도 거의
없음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무리 양지 바른 곳 일지라도 햇볕을 받는면과 그 반대편은 판이하게 다르
며 이러한 현상은 여름 산의 소나무라 할지라도 쉽게 알수 있다. 백두대간 골짜기의 금강송은 하늘을
향해 우아하게 곧게 뻗은 소나무로 왕조시대에 궁궐의 주 기둥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기품있는 금강송이 겨울에는 가지에 쌓인 눈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해 가지는 부러지고 줄기만 하
늘로 향하면서 곧게 자란다고 하나 햇볕을 보지 못하는 중간 아래 부분의 가지에는 잎을 피울 수 없어
눈의 무게로 인해서가 아니더라도 결국엔 꺾여 부러지고 마는 것이다.
지난 가을에 산을 오르면서 참으로 많은 야생화를 보았다. 봄도 아닌 가을에 그렇게 야생화가 많은
줄을 몰랐었고 웬지 이쁜 전설이 있을것만 같은 구절초와 쑥부쟁이등 이름도 모르는 산 꽃들을 보았
었는데 하나같이 가을 햇살을 맞을 수 있는 자리에만 예쁘게 꽃 피우고 있었다.
너무 의아스러움과 자연 속에서의 작은 아름다움에 흠뿍 매료되어 산을 오르다 숨 고르기도 잊은채
폰에 담아서는 지체들과 카톡으로 나누었는데 어느 지체분의 표현도 봄도 아닌 가을 야생화가 그렇
게 많은 줄 몰랐다며 가을엔 단풍 구경한다고 머리 위로만 시선을 두어서인지 여태 가을 야생화는 옳
게 보지를 못한것 같다고 하였다. 특이한것은 햇볕이 들지 않는 그늘진 곳에는 이름없는 들꽃 마저
피지도 않았으며 꽃 피우지 않는 식물은 씨를 맺지 못하는 것이었다.
 겨울 초입이다. 봄동이 겨우내내 햇살을 맞듯, 소나무가 정남 방향으로 태양에 쏘여야 이파리를 내세
우며 가지를 뻗히듯, 이번 겨울엔 따뜻한 주님의 말씀의 햇볕에 온몸을 듬뿍 쐬여 내년 이른 봄엔 푸
르름을 나누고픈, 그런 겨울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