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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窓에서 본 어떤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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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수 댓글 1건 조회Hit 2,239회 작성일Date 14-01-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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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우리민족에겐 큰 명절이 두 번 있다. 추석과 설날이  그것이다. 물론 개개인의 가정마다  더 큰 명절이 있을 수도 있다.  명절이 되면 평소와 다른 모습들이 주위에서 많이 보여지기도 하며 그것이 또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일도 많다. 그런데 오늘은 진료실에서 보여지는 醫窓을 통해 보여지는 색다른 시대상을 한 번 이야기 해 보려한다.
지난 오십여년간 대한 민국은 산업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그 어느나라보다 빨리 현대화가 이루어져 온 나라이다. 그런 와중에 보여지는 물질적 세계뿐만 아니라 정신세계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그리고 가족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지난 날의 우리가정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생각들이 지난날 선조들이 지켜왔던 가정의 모습들을  퇴색 시키고 있다. "核가족" 이란 단어는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요, 이제는 1인가정이란 말이 보편화 될 만큼 가정의 구성원에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에는 장남은 으레히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것이 기본이었고 분가(分家)라도 할라 치면  부모님 눈치를 엄청 봐야 했으나  지금은 결혼을 하면 당연히  따로 사는 것이 되었고 부모님들도 그것을 당연히 생각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서로 편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분가에 필요한 주택구입자금도 부모님들이 부담을 해야하는것이 당연한 시대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보니 도시에 사는 자식들은 상전이요 " 부모님이 우리를 위하여 해준게 뭐있어요?" 하는 이야기 듣지 않는것만도 다행이라며 넋두리를  하는 부모도 있다.  한가지 더 보태면  요즘은  명절에도  귀향 보다는 역귀향이  많아진다고 하니 정말 격세지감이 있다.
 진료실에서 느끼는 안타까운 상황 한가지를 이야기 해 본다.
명절이 지나면  눈에 띄게 볼수 있는 것이  분가한 자녀들이 고향이나 멀리 떨어져 살고 계시는 부모님들을 모시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다. 모처럼 명절이 되어 부모님을 찾아 뵈니  부모님들께서는 몇개월전과 다르게 아픈곳도 많고 기력도 많이 떨어져 계셨던 것이다. 그래서  병원에서 진찰도 받아야 할 것 같고 치료도 해야만 될 것 같아서 자식들의 집으로 올 때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도시에 있는 병원을  찾는 것이리라. 그런데  필자가 본 그 부모님들의 상태를 분석해 보면  상당수가 영양겹핍에 의한 것이거나 심리적인 원인에서 오는 질병이 많다는 것이 었다. 물론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만성질환도 많이 있다. 그러나 의외로 전자의 질환들이 많이 있음을 알고 적쟎이 놀랐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나도 연세가 많으신 어머니를 타도시에 혼자 계시게 한 터라 그런 부모님들을 보면서 멀리 계신 나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노부부가 같이 계시든,  한 분께서 먼저 세상을 떠나시고 혼자 계시는 분이든  공통된 사실은 당신의 한끼를 위해서 맛있고 영양 많은 요리를 해 드시는 분이 거의 없다는 것이고,  특히  시골의 경우 어디 나가서  사 드실 식당조차도 없어서 대충 한끼를 떼우시는 경우 거의 모두  영양 결핍에 빠지게 되고 특히 노인성 질환인 골관절 관련 질환은 더욱 심해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혼자 사는 외로움까지 겹쳐지게 되면 최악의 상태로 치닫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최근 매스컴에 올라오는 독거노인의 자살률과도 결코 무관치 않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래서  이런 부모님들을 모시는 자식들과 의논을 해서 처방하기를 자녀들과 1~2주라도 자녀의 집에 머무르시면서 영양공급을 하고 재미있게 지내시도록 하면, 돌아갈 때 쯤 되면  많은 작은 병들은 저절로 사라지고  또 굉장히 밝은 모습으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시는 부모님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부모님들이 이렇게 된데는  자식들이 꼭  나빠서가 아니다. 시간적, 경제적, 형편이 도저히 되지 않아서 이기도 하고, 잘 몰라서 그런 것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부모님들을 찾아 뵐때  몇달치 음식을 준비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고기며 생선이며 여러가지를 사서 부모님댁의  냉장고를 가득 채워드리고 온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끝인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부모님은 그것을 꺼집어 내서 요리를 할 수가 없다.  혼자면 더 그렇다. 혹  요리를 해도 즐겁게 같이 먹어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한 몸 다스리기도 어려운 노 부모들이 그렇게 부지런히 요리를 해 드실리도 없다.
 그런 모습을 보는 자식들은  알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마음을 아파할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이 사실을 잘 모르는 자녀들도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누구에게도 그 역할을 미룰 수도  부탁할 수도 없는 시대를 또한 우리 자녀들은 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분명한 것은  세월이 흐르면 우리도 그런 부모의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부모님을 모시는 방법이 어려운 게 어쩌면 물리적인 거리의 문제, 시간적인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마음의 거리의 문제가 아닌가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가 이러한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하나하나 해결해 보자. 한 가지를 제안해 본다. 한 달에 한 두 번 이라도 부모님을 정기적으로 찾아가서 같이 음식도 해 먹고,  요리하기가 힘들고 어려우면 가벼운 외식이라도 하면서 같이 이야기를 살갑게 나누고 돌아오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냉장고에  1년 분치의 고기를 쌓아 드리는 것보다는 한달에 한번이라도 같이 앉아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면서  또는 중국요리집에서 간단한 식사라도 같이 하면서 서로 호흡을 느끼고  눈빛을 확인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부모님들의 건강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 까 한다. 나의 경우도 그렇게 하는 경우인데  매번 어머니 보다 우리 부부가 훨씬 많이 먹는다. 미안할 정도이다. 하지만 우습게도 나는 그렇게 한다. 왜냐하면 어머니 앞에서 나는 어린아이가 되어 보이길 원한다. 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웃으시는 어머니의 얼굴이 나도 좋은 것이다. 어린아이같이 쩝쩝거리는 모습이 아닌 당신의 곁에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 숟가락에 한 점씩 올려 드리는 재미도 있다.
또 명절이 설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설도 형식적인 만남이 아닌 멀리 떨어진  우리 자녀들이  부모님과의 마음의 거리를 좁혀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