놋그릇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형도 댓글 0건 조회Hit 2,624회 작성일Date 14-08-29 20:33본문
어릴때 명절이 가까워 지는 이맘 때 쯤이면 어머니께서는 부엌 어디에선가 놋그릇을 꺼내어 손수
닦으셨다. 몇 달 손을 되지 않은 터라 얼룩지고 희미하게 회색 티를 낀 녹을 없애기 위해, 그대로는
조상님의 제기(祭器)로 사용할 수 없어 깨끗하게 닦으셨을것이다. 그런데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부
터는 놋그릇 닦기는 내 몫이 되었다. 놋그릇을 닦는 광택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부드러운 볏짚으로
고운 연탄재를 묻혀 녹을 벗긴 다음 기왓장 가루나 잿 가루를 헝겊에 묻혀 닦았던 기억인데 40개
안팎의 놋그릇을 닦는데 제법 힘들었던것 같다. 한참을 닦다보면 어깨와 손목이 저려오고 장갑도
없었던 시절이라 손에 묻은 녹을 씻으려면 짜증도 나고 해서 닦지 않으려고 도망을 다니고 한 기억
도 난다. 중학교때인가 기억으로 구리나 놋그릇에 낀 파란 녹은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성이므로 반
드시 녹을 제거한 후에 사용하여야 함을 배웠는데 선조들의 지혜가 과학적이란것도 알게되었다.
그렇게 힘들게 닦은 놋그릇은 명절이나 제사 후에는 또 부엌 어디에 보관하여 사용하지 않다보니
때가되면 또 녹이 희미하게 끼어 있어 닦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런데 큰댁에 가보면 안방에 유리로 된 찬장 안에 놋 그릇을 반상으로 두었는데 전혀 녹이 없
었다. 그래도 어느 때인가는 사촌 형수님께서 꺼내어 닦으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큰 어머니께서
무시로 형수님에게 닦으라고 시키셨던 모양이다. 언젠가 새로 태어난 조카를 보기위해 큰댁에 가
보니 나 보다 나이가 열살 이상 훨씬 많으신 형수님께서 놋그릇을 닦고 계셨는데 아이를 보고있는
나에게 '대럼, 여 와서 놋 그릇 좀 닦으소 !' 하신다. 나는 '야 ~ !' 라고 대답하고는 돌 전후의 조카
얘기를 하면서 형수님과 나란히 앉아 놋그릇을 닦았다.
그날 형수님께서는 우리집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반찬으로 점심을 주신 기억이다. 건실한 가게를
운영하던 큰댁은 우리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윤택하였고 가세(家勢)가 있어 지금 생각 해
보아도 살림살이도 윤기가 났었을 것인데 이와는 반대로 우리집에는 유리로 된 찬장도 없었고 수
시로 닦을 사람도 없어 부엌 어딘가에 두고는 때가 되어 사용하려면 녹이 낀 놋그릇을 닦아야만
했던 것 같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구석진 곳과 물기가 있었던 곳은 파랗게 발청이 되어있었고 대체로 옅은 회
색티로 얼룩처럼 앉은 놋그릇을 정성스럽게 문지러면 깨끗하게 윤기가 나면서 반지레하게 그
자체가 동경(銅鏡)이 되었다. 어머니께서는 놋그릇에 얼굴을 비쳐 보시곤 애썼다며 이제 놀러가도
된다고 허락하셨는데, 얼룩이나 녹이 슬지 않게 무시로 닦는 큰댁의 놋그릇과 때가 되면 닦는 우
리집 놋그릇은 그릇 자체로는 그다지 차이는 없었지만 평소에는 판이하게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
이 든다.
베트남에서, 나의 믿음은 어느 놋그릇일까고 생각 해 보면서 ~
닦으셨다. 몇 달 손을 되지 않은 터라 얼룩지고 희미하게 회색 티를 낀 녹을 없애기 위해, 그대로는
조상님의 제기(祭器)로 사용할 수 없어 깨끗하게 닦으셨을것이다. 그런데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부
터는 놋그릇 닦기는 내 몫이 되었다. 놋그릇을 닦는 광택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부드러운 볏짚으로
고운 연탄재를 묻혀 녹을 벗긴 다음 기왓장 가루나 잿 가루를 헝겊에 묻혀 닦았던 기억인데 40개
안팎의 놋그릇을 닦는데 제법 힘들었던것 같다. 한참을 닦다보면 어깨와 손목이 저려오고 장갑도
없었던 시절이라 손에 묻은 녹을 씻으려면 짜증도 나고 해서 닦지 않으려고 도망을 다니고 한 기억
도 난다. 중학교때인가 기억으로 구리나 놋그릇에 낀 파란 녹은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성이므로 반
드시 녹을 제거한 후에 사용하여야 함을 배웠는데 선조들의 지혜가 과학적이란것도 알게되었다.
그렇게 힘들게 닦은 놋그릇은 명절이나 제사 후에는 또 부엌 어디에 보관하여 사용하지 않다보니
때가되면 또 녹이 희미하게 끼어 있어 닦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런데 큰댁에 가보면 안방에 유리로 된 찬장 안에 놋 그릇을 반상으로 두었는데 전혀 녹이 없
었다. 그래도 어느 때인가는 사촌 형수님께서 꺼내어 닦으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큰 어머니께서
무시로 형수님에게 닦으라고 시키셨던 모양이다. 언젠가 새로 태어난 조카를 보기위해 큰댁에 가
보니 나 보다 나이가 열살 이상 훨씬 많으신 형수님께서 놋그릇을 닦고 계셨는데 아이를 보고있는
나에게 '대럼, 여 와서 놋 그릇 좀 닦으소 !' 하신다. 나는 '야 ~ !' 라고 대답하고는 돌 전후의 조카
얘기를 하면서 형수님과 나란히 앉아 놋그릇을 닦았다.
그날 형수님께서는 우리집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반찬으로 점심을 주신 기억이다. 건실한 가게를
운영하던 큰댁은 우리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윤택하였고 가세(家勢)가 있어 지금 생각 해
보아도 살림살이도 윤기가 났었을 것인데 이와는 반대로 우리집에는 유리로 된 찬장도 없었고 수
시로 닦을 사람도 없어 부엌 어딘가에 두고는 때가 되어 사용하려면 녹이 낀 놋그릇을 닦아야만
했던 것 같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구석진 곳과 물기가 있었던 곳은 파랗게 발청이 되어있었고 대체로 옅은 회
색티로 얼룩처럼 앉은 놋그릇을 정성스럽게 문지러면 깨끗하게 윤기가 나면서 반지레하게 그
자체가 동경(銅鏡)이 되었다. 어머니께서는 놋그릇에 얼굴을 비쳐 보시곤 애썼다며 이제 놀러가도
된다고 허락하셨는데, 얼룩이나 녹이 슬지 않게 무시로 닦는 큰댁의 놋그릇과 때가 되면 닦는 우
리집 놋그릇은 그릇 자체로는 그다지 차이는 없었지만 평소에는 판이하게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
이 든다.
베트남에서, 나의 믿음은 어느 놋그릇일까고 생각 해 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