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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무릎을 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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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산교회 댓글 0건 조회Hit 2,223회 작성일Date 07-10-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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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더위가 서성거리는 숲 그늘에 태어나기 전부터 몰래 듣던 이명(耳鳴)소리 닮은 풀벌레 소리 가득하네.
귀뚜라미, 여치, 쓰르라미... 건듯 부는 바람은, 내 영혼에다 눈물 얼비치는 천국의 날개를 달아주고...

주님, 씨 뿌린 이가 흘린 한여름 구슬땀을 알알이 낱알로 영글도록 도우시는 가을. "산꼭대기 땅에도 화곡(禾穀)이 풍성하고 그 열매가 레바논 같이 흔들리며 성(成)에 있는 자가 땅의 풀 같이 왕성하리로다." 씨 뿌린 자의 가을에다 복을 주신 하나님.

봄날 햇살로 언 땅을 풀어 주시고,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내려 주시며, 높고 낮은 곳에 햇빛 고르게 드리우시어, 땅을 땅으로, 하늘을 하늘로, 강을 강으로 우리 앞에 두셨습니다.

씨뿌림을 통하여 소망과 믿음에 눈뜨게 하시고, 땀 흘림의 자리에서 기도가 열리게 하시며, 매디 불거진 손에 넘치도록 부어주신 은혜, 추수가 환희의 찬송이 되게 하시니, 가을걷이는 주께서 우리가 차린 상 앞에 함께 앉으시는 천국의 잔치입니다.

주님, 화곡의 풍성함을 땅에서만 거두게 하지 마시고, 기도하는 영혼이 향기로운 열매같이, 무릎 꿇는 이의 영혼이 무르익은 과실을 베어 물어 그 과즙을 마시게 함과 같이, 한여름을 거쳐 온 지친 영혼을 생명수로 채워주소서. 오직 주님을 기뻐하는 기쁨으로 넘치도록 채워주소서.

                                    (소설가 정연희의 묵상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