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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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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세숙 댓글 2건 조회Hit 2,280회 작성일Date 09-04-0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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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맑은 봄 날
이스트를 머금은 봄볕 아래서
가만히 나무를 껴안아 봅니다

저만치 풍경이 멀어지더니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세숙아...세숙아...얘야_"

땀내나는 작업복 차림으로
버스에서 내리는 딸의 책가방을
건내 받으시고는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으셨던 아버지

저는 그 때
작업복에서 배어져 나오는
땀내와 알콜 냄새가 너무도 슬퍼서
하마터면 울 뻔 한 적도 있었습니다
아니,실제로 울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믿을 것은 오직 나 자신 뿐이라고
이 악물고 사신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기
몇 해 전
세상엔 믿을 것이 하나도 없으니
오직 이 땅과 하늘의
참 주인이신 하나님을 믿으라고
그것만이 살 길 이라며
꽃잎같은 흰머리칼을
투박한 손가락으로 쓸어 넘기셨지요

찬 새벽
아버지가 드렸던 기도는
우리 오남매의 길이 되었음을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후에야 알았어요

"울지마라...
내가 너처럼 많이 우는 얘는 처음 봤다"

해마다 봄이면-
꽃들이 피었다 지는 날이면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이
나의 생명으로 나누어진 날에는
눈물이 나요

보세요...아버지
나무들도 잎들을 떨구잖아요

아버지가 그리워서
예수님이 고마워서
꽃잎 눈물을 마구 마구 떨구잖아요
그리고 바람으로 흩어지잖아요
더-멀리- 멀리-
세상을 향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