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교회

남산교회
로그인
교회소식

지체의 글

신앙과 생활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2,224회 작성일Date 11-04-19 11:00

본문

[1999년 4월 12일 남산교회 주보에서..]

 신앙과 생활
친구와 함께 안경을 맞추려고 남대문 시장에 갔습니다.
저는 시력 교정을 위해 렌즈를 교환하고 친구는 여름휴가를 위해서 선글라스를 사고 싶어서였죠.
친구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사는 것이니만치 혼자 고를 자신이 없다나요. 그래서 겸사겸사해서 동행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친구가 어찌나 까다롭게 고르는지 안경가게를 열 곳도 더 돌아다녀서야 겨우 살수 있었습니다.
친구는 미안한지 제 팔짱을 끼고 허름한 시장안 만두집으로 들어가더군요. 보기는 이래도 꽤 맛이 있다나요.
우리는 만두 한 접시와 찐빵 한 접시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번갈아 껴 보면서 영화배우 같다는니, 모델 같다느니 하면서 수다를 피웠죠.
우리가 왕성한 식욕으로 젓가락을 막들려고 하는 바로 그때, 아기를 업은 한 아주머니가 쭈뼛거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저.. 이 찐빵 얼마예요?"
"천원에 다섯 갠데요. 드려요?"
아기 엄마는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5백원짜리 동전 한 개를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너무 미안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저….. 5백 원밖에 없는데..혹시 세 개 주실수 있나요?"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듯이 둘다 숨을 죽이고는 주인 아주머니의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주인 아주머니는 그저 아기 엄마만 쳐다볼 뿐 말이 없는거에요.
우리는 조마조마했습니다. 혹시 면막이라도 주면 어쩌나 싶어서지요.
마침내 주인 아주머니가 입을 열었습니다.
"어휴, 애기 엄마두 참…."
그런데 그 목소리는 화난 목소리가 아니라 울컥거리는 울음을 겨우 참는 목멘 음성이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말을 이었습니다. "아니 젊은 사람이 어쩌다가 찐빵 사먹을 천원이 없수, 응? 어뗗게 된거야…."
그러면서 아기 엄마의 손을 잡아 끌어 의자에 앉었습니다.
곁에서 훔쳐보자니 주인 아주머니도 젊어서 남편을 잃고 너무나 어렵게 살았던 모양이에요. 문득 그때가 떠올랐는지 주인 아주머니와 아기 엄마는 손님들도 아랑곳하지않고 눈물 콧물 다 흘려가면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주인 아주머니는 고생에 찌들어 투박해진 손으로 눈물을 쓰윽 닦아내고는
제일 큰 봉지를 꺼내서 찐빵에 만두며 도넛까지 주섬주섬 담기 시작했습니다.
"아니에요, 아주머니…이러시면 죄송해서 안돼요…."
"아이고 무슨 소리야? 이건 내 마음으로 주는 거니껜 친정언니가 주는걸로 생각해요.
그리고 앞으로도 이길 지나 갈일 있으믄 언제라도 들어와요. 내가 꼭 기억하고 있을게, 알았지? 꼭 와야해, 응?"
주인 아주머니는 몆번이나 다짐을 주었고 , 아기 엄마는 그저 고개만 숙인채 몆번이나 돌아보면서 골목을 빠져 나갔습니다.
우리는 콧 잔등이 시큰거려서 더 이상 무엇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신앙을 가진 이후에 엄격한 선행을 행해야만 한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러다가 삶이 따라주지 않을때는 좌절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형식적인 신앙(교회)생활에 몰입하여 하나님이 기대하시는 우선 순위마저 무시한 채 밤낮 영험(?)하다는 신앙집회나 기도회등에 쫓아다니며 과도한 헌금 바치는 것을 신앙의 바로미터로 삼으려 한다.
결과적으로 가정형편을 어렵게하고 자녀는 생고아로, 배우자는 기독교 적대자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기독교는 행위로 구원받는 종교가 아니다. 하나님은 기복적 동기로 내는 재물을 기뻬하시지 않으신다.
선한 해위와 경건 생활은 참 구원에 따라오는 필연적인 인격이다.
주님은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중에 돌아보고(약 1:27), 주리고 목마른 자, 나그네 된 자, 헐벗은자, 옥에 갇힌자, 모든 궁핍과 고통가운데 있는 소외된 자, 지극히 작은 자 하나를 돌보는 자는 창세로부터 예비된 나라를 상속하라 하셨습니다. ^^♡
--------------------------------------------------------------------------------우연히 오래된 수첩을 정리하다가 스크랩해 둔 12년전 4월12일 주보를 보게 되었다..
지금이야 인터넷등에 이와 유사한 글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2011년 사순절을 보내며 다시한번 남산 지체들과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
당시 글을 올려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