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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에서 조의금으로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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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수 댓글 0건 조회Hit 160회 작성일Date 25-11-3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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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느니라.
그 때에  두 사람이 밭에 있으매 하나는 데려감을 당하고 하나는 버려 둠을 당할 것이요. (마태복음24:36,40)

얼마전 황당하고도 가슴아픈 일을 보았다.
나의 클리닉에 10여년을 다니며 진료를 받았던 젋은 아가씨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는데 사망한 지 이틀째 약혼자가 병원으로 전화를 한 것이었다. 울먹이면서 그녀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나에게는 꼭 소식을 알려야 할 것 같아서 연락을 했다고 한다.
이 젊은 20대 후반의 예비신부는  내 기억에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의 클리닉에 다녔었다.  그 시절 부터 아주 쾌활하고 밝은 성격이었는데 의학적으로 보면 고도 비만환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밝은 표정으로 어린 나이임에도 농담을 잘했었다. 심지어 나를 놀려 먹는것이 취미인 것처럼 말을 잘해서 나를 당황스럽게 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기에  나와 직원들이 모두 좋아하는 아가씨였다. 심지어 오후 진료시에는 내가 피곤해 보일 때는 자신의 피와 살같은 간식을 살짝 건네주고 가는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기도 했다. 남친을 선택하고 자르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기준과 능력이라면서 자존감도 무척 높은 아가씨였다.  지난 여름  올 12월초에 결혼을 한다고 하길래  청첩장을 보기 전에는 믿지 못하겠다고 했더니 그 다음에 친히 청첩장과 웨딩 사진을 가지고 왔었다.  그 때 정말 사랑스러운 신부처럼 보였고, 결혼식에는 꼭 가겠노라고 약속을 했었다. 청첩장을 진료 책상에 보이도록 놓아두고 그녀가 올 때마다 결혼식 날짜를 확인 했었다.
그런데 정확히 결혼식 3주 전 이런 비보가 날아 온 것이었다.  약혼자가 그녀의 집(이미 마련해 둔 신혼집)에 갔을 때 초인종을 눌러도 나오지 않자 들어가 보니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경찰에서 조사한 결과 사망한 지 이미 7시간 가량이 지났다고 들었고 국과수에서 사망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과 정밀 검사에 들어갔다고 했다. 다음날  장례식장으로 조문을 갔었다. 약혼자는 반 쯤 정신이 나간 듯 나를 맞이 했는데, 그야말로 나는 말문이 막혔다. 빈소에는 웨딩사진이 영정사진을 대신하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 어이없었다. "내가 왔으니 나를 놀려 보라" 고 말을 하고 싶었다.  곁에는 그녀의 어머니도 계셨는데 약혼자가 나를 어머니께 소개를 하자 "이분이 맨날 이야기 하던 그 선생님이냐?" 라고 약혼자에게 물으셨다. 난 순간 깜짝 놀랐다. 뭐 내가 잘 못한게 있었나? 이 죽음과 내가 뭐 연결이 되어있나? 뭣때문에 맨날 나를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한게지?... 의사로서 본능적으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순간적으로 머리속이 멍해졌다. 약혼자의 말로는 자신과 가족에게 나의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해서 어떤 사람인지 부모님께서 궁금해 하셨다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나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 같아서 안심을 했지만  어머니를 보면서 또 한 번 할 말이 막히며 그저 손만 꼭 잡아드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짧은 조문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참으로 유한한 인간의 삶과 능력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했었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에 달려있는 이 유한한 피조물인 인간이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는지, 나 자신도 마찬가지인데 무엇을 향해서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톨스토이의 작품중 행복론에 보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하나님으로 부터 벌을 받아 날개를 잃고 이 땅에 벌거숭이로 떨어진 천사 미하일에게 주어진 세가지 질문이 나온다.
첫째, 사람의 안에는 무엇이 있는가 ?, 둘째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셋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데 이 세가지 질문은 천사 미하일과  신기료장이 세묜과 그의 아내 마뜨료나 그리고 남의 아이들 맡아서 기르는 여인의 삶을 통해서 그 답이 나오게 된다.  그 중 두 번째 질문인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이 인간에게는 자신의 미래를 아는 것이 허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부자가 1년을 신어도 떨어지지 않는 장화를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천사 미하일이 그 부자가 장례 때 신을 슬리퍼를 만들고 있을 때 시몬과 마뜨료나는 기겁을 했으나 미하일의 얼굴에는 웃음이 있었다.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 미래의 일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우리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우리는 스스로 알거나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오직 하나님만이 그것을 하시고 결정하신다 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미래를 우리의 능력으로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살고 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계획하면서 살고 있다.  계획....  있어야 할까? 필요없는 것인가?  그 답은 어디에 있을까?  이 젋은 예비 부부도 많은 계획을 했을 것이다. 심지어 누구를 결혼식에 초대를 해야할까? 도...  나는 축하객에서 조문객이 되어버렸다. 나 역시 이 작은 사건 하나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느니라. 그 때에  두 사람이 밭에 있으매 하나는 데려감을 당하고 하나는 버려 둠을 당할 것이요." 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그녀도 가족도 웨딩사진이 영정사진으로 사용될 것이란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더 슬픈 아쉬움이 있다.  미하일에게 주어진 첫번째와 세번째에 대한 질문의 답은 " 사랑 " 이다. 미하일이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았을 때 역시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이 아가씨에게 그 긴 시간동안 예수님을 전하지 못했다.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지 못했다. 한 번도 ....  시간이 있을 줄 알았다. 무심히 시간이 가도 그 시간의 의미를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 보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다. 한 번이라도 복음을 전했더라면 이렇게 아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후 일주일 가량 지났을 때 약혼자가 다시 찾아왔다. 경황없이 소직을 전해서 죄송하다고...  그리고 정밀검사는 아직 안나왔지만 별다른 사망원인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나는 말했다. " 그것은 오직 하나님의 뜻이오 인간이 찾아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를 위해 이 땅에 내려오신 하나님, 즉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사는 것 뿐"" 이라고.
짧은 이 생의 삶을 살면서 짧은 만남이었지만 내가 그녀를 보면서 즐거웠던 것 만큼 그녀도 나와의 짧은 대화속에서 기쁨과 위로를 조금이라도 받았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