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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가 말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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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55회 작성일Date 26-09-18 17:40

본문

성경을 우리는 한마디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러나 성경 속에는 곳곳에 사람의 말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시편은 대부분 사람이 하나님께 드린 기도와 찬양입니다. 탄식과 회개, 감사와 찬양, 기쁨과 절망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시편을 ‘사람의 말’이라고 하지 않고 동일하게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부릅니다.
어떻게 ‘사람의 기도’가 ‘하나님의 말씀’이 될 수 있을까요? 여기에 시편이 지닌 신앙의 신비가 있습니다.

    기도는 사람이 하나님께 말하는 행위이지만, 성경의 기도는 단순한 인간의 독백이 아닙니다.
모든 기도에는 향하는 방향과 대상이 있습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달라도 그 기도를 들으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이십니다.
그리고 기도의 응답은 기도하는 사람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들으시는 하나님께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도의 궁극적인 주체는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들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사람의 기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주어질 수 있는 두 가지 이유 중 첫 번째는 기도가 하나님의 은혜에 기초하기 때문입니다.
시편의 기도자들은 먼저 하나님께서 행하신 구원의 은혜를 기억합니다. 하나님께서 건지셨고, 보호하셨고, 인도하셨기에 다시 하나님을 부릅니다(시 40:1-5; 77:11-15; 116:3-9).
그러므로 기도는 허공을 향해 던지는 독백이 아니라, 이미 경험한 하나님의 은혜를 근거로 다시 하나님의 은혜를 기대하는 믿음의 고백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경험한 사람이 그 하나님께 부르짖고, 기도를 통해 다시 하나님의 구원이 증언됩니다.


    두 번째 이유는 기도가 하나님의 성품과 뜻에 의해 다듬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기도가 처음부터 모두 하나님의 뜻에 맞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알아갈수록 우리의 기도도 달라집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알면 사랑을 구하고, 하나님의 공의를 알면 공의를 구하며,
하나님의 뜻을 알면 내 뜻보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구하게 됩니다(시 25:4-5; 27:11; 37:4-7; 86:11; 143:10).
결국 기도는 우리의 마음을 하나님의 마음에 맞추어 가는 과정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응답은 하나님의 전적인 주권으로 이루어집니다.


    본회퍼는 이러한 시편의 성격에 대해 『시편사색』에서 우리가 당장 기도하고 싶어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기도하기를 원하시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가난한 마음만으로 기도하기보다 하나님의 말씀의 부요함으로 우리의 기도를 채우기를 원하신다는 것입니다(20쪽).
시편의 놀라운 면은 분명 다윗의 기도이고, 아삽의 기도이며, 고라 자손의 기도인데, 그들의 기도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을 듣는 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하나님께 드린 말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기도도 그러하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 위에 서고,
하나님의 성품과 뜻에 의해 다듬어진다면 우리의 기도 역시 하나님의 마음을 세상 가운데 드러내는 통로가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빌 2:13).
그러므로 기도는 단순히 “내가 하나님께 무엇을 말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을 따라 나는 무엇을 기도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기도가 우리의 소원에 머물지 않고 하나님의 마음을 따름으로 ‘사람의 기도’가 이 시대에도 ‘하나님의 말씀’을 담아내는 거룩한 통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