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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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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90회 작성일Date 26-07-0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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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전서만큼 주님의 십자가를 삶의 실천으로 생생하게 풀어낸 서신이 있을까요? 베드로가 전하는 십자가의 깊이는 남다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한때 베드로가 그 십자가를 극렬하게 거부했던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십자가의 길을 예고하셨을 때, 베드로는 예수님을 붙들고 항변했습니다:
 “주여 그리 마옵소서 이 일이 결코 주께 미치지 아니하리이다”(마 16:22). 자신의 세상적 기대를 투영한 거부권 행사였고,
그 결과는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는 주님의 엄중한 꾸짖음이었습니다. 이후 겟세마네에서 예수님이 붙잡히실 때,
그는 칼을 뽑아 상대의 귀를 자르며 무력으로 주님을 지키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한다”는 뼈아픈 경고뿐이었습니다(마 26:52).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주님께서 정치적 역사를 일으키시길 기대했습니다.
심문받으시는 곳까지 몰래 따라갔지만, 조롱과 매질 앞에서도 침묵하시는 주님의 ‘무능’을 목격하자
결국 세 번이나 주님을 부인하고 도망치고 말았습니다(마 26:69-75). 이렇게 십자가라면 치를 떨며 거부했고,
무력으로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려 했던 사람이 바로 베드로였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변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그는 이제 교회 공동체를 향해 십자가의 삶을 살라고 권면합니다:
“부당하게 고난을 받아도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슬픔을 참으면 이는 아름다우나”(벧전 2:19).
그가 강조하는 삶의 방식은 전적으로 예수님의 발자취에서 기인합니다:
“그는 죄를 범하지 아니하시고 그 입에 거짓도 없으시며 욕을 당하시되 맞대어 욕하지 아니하시고 고난을 당하시되 위협하지 아니하시고
오직 공의로 심판하시는 이에게 부탁하시며”(벧전 2:22-23).

    이제 베드로는 매사에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이 성도의 길임을 선포합니다.
더 나아가 고난은 그리스도의 영광에 참여하는 통로임을 역설합니다:
“오히려 너희가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으로 즐거워하라 이는 그의 영광을 나타내실 때에 너희로 즐거워하고 기뻐하게 하려 함이라”(벧전 4:13).
베드로는 이렇게 자신의 방법을 내려놓고 오직 주의 십자가와 부활만을 증언하는 사도가 되었습니다.
그는 십자가의 용서와 사랑만이 갈라진 공동체를 연합하게 하고,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유일한 길임을 깨달았습니다.
그 구체적인 실천은 세상 속에서(벧전 2:12-17), 주인과 종의 관계에서(2:18-25), 부부 사이에서(3:1-7),
그리고 형제자매의 공동체 안에서(3:8-12) 매일같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한때 기적을 기대하며 주님을 따라다녔던 베드로가, 이제는 그 생의 마지막에 ‘십자가의 기적’만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기적입니다. 십자가의 사랑을 깊이 체험한 사람은 압니다. 십자가만이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룰 수 있는 길임을 말입니다.
자기 부인과 자기 십자가만이 우리 목자장이 다시 오실 때 시들지 않는 영광의 관을 얻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입니다(벧전 5:4).
 주님이 행하신 과거의 십자가, 우리가 매일 지고 가는 현재의 십자가, 그리고 주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미래의 십자가의 영광,
이것이 바로 십자가가 품고 있는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하는 기적입니다.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