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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단상 17.01.0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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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단상  
제가 처음 에스프레소 커피를 본 곳은 미국이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커피숍을 갔는데 메뉴 중에 에스프레소 (espresso) 라는 이상한 이름의 커피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향이 다른가 하여 주문했는데, 커피 잔을 받고 보니 큰 컵 바닥에 까만 것이 마치 치약 짜 놓은 것 같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마시느냐고 물으니까 커피 뽑는 바리스터가 하는 말이 한 번에 들이 마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는 도저히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물을 섞어 달라고 했더니 그러면 아메리카노를 주문 하셔야지요 하면서 뜨거운 물을 부어 주었습니다. 그 때 에스프레소 커피와 아메리카노 커피의 차이를 알았습니다. 에스프레소는 이태리 말로 급행 (express) 라는 뜻에서 왔습니다. 커피 가루에 고온의 물을 짧은 시간 통과 시켜서 고농축 커피로 추출하는 것입니다. 아메리카노 커피보다 농도가 3-4 배는 더 진해서 거의 커피 원액에 가까운 맛을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에스프레소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미국에서 경험했던 에스프레소를 기억하고 주문했는데, 막상 받고 보니 또 다른 형태의 에스프레소 였습니다. 잔은 작은데 원액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물이 조금  섞여 있는 상태였습니다. 한국식 에스프레소는 다른가 보다 하고 천천히 커피 향을 음미하며 마셨습니다. 농축된 커피 인지라 향이 진해서 마시기 전 커피 향을 한 껏 즐기며 서서히 한 모금 입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한 참을 입에 머금은 채 입 안 가득히 커피향이 퍼지도록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목으로 커피를 밀어 넣듯 천천히 삼켰습니다. 커피는 제 입안의 모든 찌꺼기와 냄새를 모두 끌어 안고 미끄러지듯 목구멍으로 넘어 갔습니다. 커피가 사라진 후에도 커피의 쓴 맛은 여전히 제 입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다시 두 모금 째를 천천히 마셔 입에 물었습니다. 커피 맛이 입 안 가득히 채워지도록 커피를 입에 머금은 채 조용히 그리고 엄숙하게 기다렸습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한 번 서서히 목으로 커피를 넘겼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커피의 쓴 맛이 혀의 가장 끝에 있는 쓴 맛 감각을 자극하며 지나갔습니다. 그것은 쓴 맛의 희열과 같았습니다. 마치 고통 중에 느끼는 인내의 깊은 맛이 있듯이 쓴 맛이 주는 개운함이라고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또 한 모금, 또 한 모금, 총 다섯 모금으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다 마셨습니다. 물을 많이 섞은 아메레카노 보다 농도가 짙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저의 신앙도 이렇게 농도가 짙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수님은 물로 포도주를 만드시면서 다른 것을 섞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어라’ (요 2: 8).아무것도 섞지 않으시고 있는 물 그래도 떠다 갖다 주었는데, 그것이 최상급 포도주가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혼합되지 않은 순수 포도주, 예수님의 말씀으로만 만드신 변화된 포도주 입니다. 마치 물이 많이 섞지 않은 에스프레소 커피와 같이 맛이 진하고 향이 그윽한 신앙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고농축 된 커피와 같이 언어 한 마디에 사랑이 농축 되어 있고 전화 한 통화에 위로가 녹아 있는 그런 그리스도인이기를 바랍니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입에 물고 한 참을 음미하듯, 저를 만나는 사람들이 저와 좀 더 오래 함께하기를 바라는 그런 사람이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저를 만난 사람들이 쓰지만 개운한 뒷맛을 남길 수 있는 진리의 한 마디를 해주는 목사이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새 해를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목회를 했으면 싶습니다. 어쩌다 마셔 본 에스프레소 커피가 이제는 저의 기호품이 되어 버린 것인가 자꾸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고 싶어집니다. 커피 한 잔에도 신앙과 인생을 음미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우리의 바쁜 시간들을 농축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닐런지요? 저 하고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 하시지 않겠습니까? 농축된 신앙의 교제를 나누면서 말입니다                             나팔수 강 승 구
* 이 글은 1월 8일 목회단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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