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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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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882회 작성일Date 21-10-0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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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들어가는 참 좋은 계절이 시작되었습니다. 겨울을 끝내는 봄의 시작도 좋지만 여름을 마감하며 선선함을 제공해주는 가을의 시작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새벽기도를 드리고 아내와 함께 산책로를 걸으며 돌아오는 길은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모든 것을 갈색으로 변하게 만든 겨울의 추위를 뚫고 솟아나는 봄꽃들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신선함을 제공해 준다면, 가을꽃들은 긴 계절의 연단을 거친 성숙함으로 짙은 향기를 뿜어냅니다. 산책로의 끝자락 즈음에 도달했을 때 오묘한 향기가 주변에 가득함을 느꼈습니다. 사람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으며,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도 없을 것 같은 참 고상하고, 기분 좋은 향기였습니다. 그런데 그 향기는 처음이 아니라 작년에 다른 곳에서 둘레 길을 걸을 때 맡았던 것과 동일한 향기였습니다. 혹시나 그 꽃나무가 있나 둘러보았으나 바로 근처에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향기가 공기 중을 떠다니며 가을 산책을 즐겁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나님께서 만드신 꽃들이나 혹은 식물들은 사람의 후각은 물론, 기분까지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는 독특한 향기를 내뿜습니다. 아내와 같이 꽃향기에 대하여 얘기하다 갑자가 아내가 왜 사람에겐 이런 향기가 나지 않을까라고 웃으며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제겐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이 세상 피조물 중에 유일하게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가장 고귀한 존재인 사람에게서 그런 향기가 난다면 오히려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자연의 향기를 통해 여러 가지 치유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향기가 나는 식물이나 과일, 꽃 등에서 추출한 방향물질을 피부에 바르기도 하고, 냄새로 맡기도 하는 방식의 아로마 테라피(aromatherapy)가 그 예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향기가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기에 사람에게서 그런 향기가 난다면 사람 사이도 자연스레 더 가까워지고,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사람에게 자연에서 맡을 수 있는 그런 향기를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자연에서 추출한 향수를 비싼 돈에 구입하여 몸에 바르거나 뿌리고 그것도 모자라 인공적인 향기를 만들어 샴푸에, 비누에, 세제에, 화장품에 넣어서 자신의 냄새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그것이 썩 오래가지는 못합니다. 늘 동일한 것을 반복해야만 겨우 향기를 일정시간 유지할 수 있을 뿐입니다. 하루만 그것을 게을리 해도 향기 없는 자연인으로 돌아가 버리고 맙니다. 그렇다면 왜 하나님께서는 사람에게 향기를 주시지 않으셨을까요? 각 사람마다 독특한 향기를 주셨다면 서로가 조화를 이루어야 더 깊은 향기가 난다는 것을 깨닫고 하나로 연합하기가 더 쉬울 터인데 왜 그렇게 하지 않으셨을까요? 이 질문과 더불어 우리네 사람의 성향을 생각해봅니다. 분명 유사한 향기끼리 뭉쳐서 배타적인 그룹을 형성할 수 있고, 자신들의 향기가 더 우월한 것이라고 자랑하며, 분열을 조장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천부적으로 주어진 피부색이나, 혈액형으로도 그런 일을 벌이고 있으니 향기까지 더하면 더 심각한 분열이 조장될 소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분열을 극복하여 하나 되게 하고, 사람의 기분을 북돋우며, 질병은 물론 전인적인 치유의 생명력까지 들어있는 오직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향기가 있다는 것이 하나님의 형상인 사람의 가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령으로 함께하실 때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그리스도의 향기’(고후 2:15)입니다. 그러나 이 향기는 아무에게서나 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고백하며, 그 십자가의 길을 따르는 사람에게서 진하게 퍼져나옵니다. 그리고 그 냄새만이 사람들을 생명으로부터 생명으로 이르게 하는 향기가 됩니다.
김 재 구 목사